앗! 바이러스의 실수..복제 중 삐끗하면 '돌연변이'가 나온다 [Science]

김시균,이종화 입력 2021. 1. 8. 17:03 수정 2021. 1. 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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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VUI-202012/01) 확진자가 지난달 28일 국내에서 처음 확인되면서 변이 바이러스가 왜 발생하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왜 변이가 발생하는지 살펴보기 전에 바이러스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바이러스는 유전 정보가 담긴 핵산(DNA 또는 RNA)과 이를 감싸는 단백질 막으로만 구성된 단순한 생물이다. 스스로 물질대사를 할 수 없어 살아 있는 세포에 기생한다. 이 때문에 동물이나 사람과 같은 숙주가 없으면 바이러스는 살아남을 수 없다.

바이러스는 핵산 종류에 따라 크게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나뉜다. 유전자 가닥 두 줄이 밧줄과 같은 이중나선형 구조로 꼬여 있다면 DNA 바이러스, 단선 가닥이라면 RNA 바이러스다. DNA 바이러스에 비해 RNA 바이러스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훨씬 활발히 만들어진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에 해당한다. 태생적으로 변이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RNA 바이러스에서 변이가 많이 나오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바이러스 변이 과정을 알아야 한다. 동물이나 인간의 세포 속으로 침투한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의 유전자를 복제하고 단백질 합성 도구를 써 증식한다. 이 증식 과정에서 일종의 '불량품'인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바이러스는 번식할 때 자신의 DNA나 RNA를 그대로 복제해 다음 세대에 전달해야 하는데 복제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나 구조가 달라지면 돌연변이가 나오고, 이 돌연변이가 변이 바이러스가 된다. 반면 DNA 바이러스에는 돌연변이를 막기 위한 교정 기능이 있다. 교정을 거친 돌연변이들은 원 바이러스 형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RNA 바이러스에는 이 같은 교정 기능이 없다. RNA 바이러스에서 변이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다.

물론 복제 과정에서 삐끗해 돌연변이가 나오더라도 모두 변이 바이러스로 증식하는 것은 아니다. 돌연변이 바이러스는 대부분 환경 적응에 실패해 사멸하기 때문이다.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바이러스는 자손을 만드는 기계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기계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마음대로 만지면 망가지듯 임의로 나온 바이러스 돌연변이도 후손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다윈의 진화론에 나오는 적자생존 원리에 따라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은 돌연변이가 변이 바이러스로 증식하게 된다. 신 교수는 "바이러스에 이득이 되는 돌연변이는 크게 2가지"라며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항체나 면역에 대한 대응력이 더 좋아지거나 면역과 상관없이 바이러스 자체의 복제 효율이 좋아지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변이 바이러스의 시작은 복제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에서 촉발된 측면이 크다. 환경에 적응하는 진화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바이러스 변이는 인류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바이러스 입장에선 '진화'로 볼 수 있다.

기존에 존재하던 바이러스에서 염기서열이 변하면 변이 바이러스가 된다. 바이러스의 단백질은 아미노산이 구성하고 있는데, 염기서열에 기록된 유전자 정보에 따라 아미노산이 생산된다. 바이러스가 복제 증식할 때 어긋난 염기서열이 영구적으로 변하는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변이 바이러스가 된다. 염기서열이 바뀌면 생산되는 아미노산이 달라지고, 달라진 아미노산으로 단백질이 변하기 때문에 변이가 생기는 원리다. 영국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501번 아미노산의 염기서열이 바뀐 것이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S형, V형, L형, G형, GH형, GR형, 기타(O) 등 총 7개 유형의 변이가 나타났다. 이들 변이 바이러스별로 서로 다른 아미노산 정보도 공개돼 있다. S형 변이 바이러스는 L84S 변이로 분류되는데, 84번 아미노산 염기서열이 변이해 L(류신) 아미노산이 S(세린) 아미노산이 됐다는 걸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V형은 G251V, G형은 D614G, GH형은 Q57H, GR형은 G204R다. 각각 251번, 614번, 57번, 205번 아미노산의 염기서열이 변화돼 변이한 바이러스들이다. L형은 코로나19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서 분리 확보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연관성이 깊은 바이러스를 뜻한다. 기타는 이 같은 6개 분류체계에 포함되지 않는 바이러스를 의미한다. 초기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유형을 S·V·G형 등 3가지로 분류한 이후 현재는 7가지 형태로 세분됐다.

코로나19는 초창기 우한에서 주로 S형으로 나타나다가 동아시아 등에서 V형, 유럽과 미주 지역 등에서 G형 형태로 변이해 확산됐다. G그룹은 GR와 GH그룹으로 다시 변이가 세분화됐다. 국내 확진자를 기준으로 우한에서 온 확진자는 S형, 신천지 관련 집단감염자는 V형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5월 이태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이후 대다수 집단감염은 GH형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

변이 바이러스를 진단하려면 기존 유전자증폭(PCR) 방식의 코로나 19 진단키트만으로는 안 된다. PCR 검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특징을 보이는 유전자 조각 일부를 증폭해서 코로나19 양성 여부를 확인한다. 바이러스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모두 해독하는 전장 유전체 검사보다 간단하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는 전장 유전체 검사까지 거쳐야 확인이 가능하다. 전장 유전체 분석은 염기서열 전체를 분석해 유전체에서 발생하는 유전 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염기가 2만9903개다. 이 염기가 어떤 순서로 배열됐는지 확인해 아미노산 변이 여부를 찾아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때문에 PCR 검사보다 오래 걸린다.

변이 바이러스는 변종 바이러스와는 다르다. 변이 바이러스는 동물이나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이 기존 바이러스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변종 바이러스는 동물과 인간에게 신체적으로 기존 바이러스와는 다른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기존 백신으로 방어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바이러스가 변이했다면 이때는 변이 바이러스가 아닌 변종 바이러스로 분류된다. 장승기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는 "과거 아프리카에 있던 지카 바이러스는 브라질까지 전파됐다"며 "아프리카에 있던 지카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심각한 병을 일으키진 않았지만 브라질에 퍼진 변종 지카 바이러스는 심각한 증상을 동반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두 바이러스 모두 지카 바이러스지만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브라질 지카 바이러스는 변종으로 분류된다"며 "바이러스가 완전히 변해야만 변종 바이러스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시균 기자 /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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