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행장 "하나은행에 혁신 DNA 심어라" 특명

김대훈 2021. 1. 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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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서울 양재 중앙지점에서 기업금융을 담당하던 구교빈 대리는 지난 6개월간 기업 재무제표 대신 소셜미디어 게시글과 온라인 쇼핑몰 리뷰를 분석했다.

빅데이터 컨설팅기업 데이터마케팅코리아에 파견돼 마케팅에 활용할 데이터를 뽑아내는 '비정형 분석' 업무를 맡은 것.

파견하는 곳은 핀다(대출 비교 핀테크), 마인즈랩(금융 AI플랫폼), 옴니어스(패션 인공지능), 데이터마케팅코리아(빅데이터 디지털 마케팅), 자란다(교육 매칭 플랫폼) 등의 내로라하는 업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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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대 1 경쟁 뚫고 '스타트업 연수' 다녀온 행원들에..
은행측, 입사 5년차 5명 선발
"디지털 플랫폼 배워오라" 파견
향후 변화 주도할 인재로 육성
조만간 해외에 추가 파견도

하나은행 서울 양재 중앙지점에서 기업금융을 담당하던 구교빈 대리는 지난 6개월간 기업 재무제표 대신 소셜미디어 게시글과 온라인 쇼핑몰 리뷰를 분석했다. 빅데이터 컨설팅기업 데이터마케팅코리아에 파견돼 마케팅에 활용할 데이터를 뽑아내는 ‘비정형 분석’ 업무를 맡은 것. 그는 “디지털 트렌드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체감했다”고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구 대리를 비롯한 입사 5년차 안팎의 직원 5명을 스타트업 다섯 곳에 각각 파견했다. 혁신 기업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속도를 배워오라는 취지에서다. ‘특공대’로 불린 이들이 지난 5일 6개월간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이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플랫폼과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달라”고 주문하자, 금융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다.

한 직원은 스타트업 동료들로부터 금융 업무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언제든 은행원이 답해주는 금융 지식IN 서비스”를 내놓자고 제안했다. 취업 준비생과 직장인을 멘토-멘티로 연결해주는 ‘취업방’을 마련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이 밖에 ‘취향 저격 인테리어 플랫폼’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녀 행동 데이터 분석’ ‘손님 맞춤형 소액 단기보험 판매채널’ 등의 제안도 나왔다. 하나은행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이들에게 은행 내부에 ‘혁신 DNA’를 심는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사내벤처에 참여할 요원으로 활용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해외 기업을 포함한 추가 파견도 기획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젊고 유능한 직원들의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은행의 변화를 이끌 인재로 키우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구 대리는 “은행이 가진 노하우를 바탕으로 핀테크, 빅테크에 ‘역공’할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이 특공대 파견 형식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 건 ‘변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디지털 금융이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빅테크(대형 IT 기업)와 핀테크(금융기술)에 금융 서비스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혁신 DNA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특공대 출범 당시 은행 내부의 관심도 뜨거웠다. 파견 직원을 뽑는 경쟁률은 35 대 1에 달했다. 파견하는 곳은 핀다(대출 비교 핀테크), 마인즈랩(금융 AI플랫폼), 옴니어스(패션 인공지능), 데이터마케팅코리아(빅데이터 디지털 마케팅), 자란다(교육 매칭 플랫폼) 등의 내로라하는 업체들이었다. 5곳은 모두 하나은행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1Q 애자일 랩(Agile Lab)’의 지원을 받았다.

특공대 5명은 파견 당시 은행 업무를 완전히 잊고, 그 회사 직원으로 일했다. 구 대리는 한 생활용품 대기업으로부터 수주받은 코로나19 이후의 매출 모형을 만드는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5일 데이터마케팅코리아 시무식에서 표창을 받았다.

대출 비교 플랫폼을 운영하는 핀다에서 일한 한 직원은 은행에서 고객 응대를 하던 경험을 살려 대출 고객에게 무료로 들어주는 ‘대출안심플랜 보험’을 출시했다. 불의의 사고 등으로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해졌을 때 대신 남은 대출금을 갚아주는 단체보험이다. 그는 “스타트업은 은행에 비해 일처리 속도가 매우 빨랐고, 성과를 내니 발언권이 점차 세지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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