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배상 판결에 日 즉각 반발..최악으로 치닫는 한일관계

민선희 기자 2021. 1. 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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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신임 대사 임명..관계 개선 돌파구 과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 정식 재판에 회부된 지 약 5년 만에 1심에서 승소한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목도리가 둘러져 있다. 2021.1.8/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민선희 기자 = 우리 법원이 8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와 다수 국민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판결이지만, 강제징용 문제로 악화일로를 걸어왔던 한일 관계는 더욱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는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면제는 적용되지 않고 증거와 각종자료, 변론취지를 종합하면 피고의 불법행위도 인정된다"며 "원고들은 상상하기 힘든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린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위자료는 원고들이 청구한 각 1억원 이상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한다"고 설명했다.

배 할머니 등은 2013년 8월 일본정부를 상대로 1인당 1억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조정절차에 응하지 않았고, 사건은 2015년 12월 정식재판으로 넘어갔다. 정식재판으로 회부된 지 5년만에 1심 결론이 난 셈이다.

그간 위안부 피해자들이 우리나라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여러 건 냈지만, 1심 결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은 다른 위안부 피해자가 낸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판결 직후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초치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이 국제법상 '주권 면제' 원칙을 부정했다며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제법상 주권면제의 원칙에 따라 일본 정부가 한국 재판부 판결에 따를 수 없고 소송은 기각돼야 한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주권면제는 국내법원이 외국국가에 대한 소송에 관해 재판권을 갖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이다. 일본 정부는 이 원칙을 들어 소송 과정에 일체 대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비록 이 사건 행위가 국가의 주권적 행위라고 할지라도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대한민국 법원에 피고에 대한 재판권이 있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꼬일대로 꼬인 한일관계에 악재가 더해졌다는 평가다. 특히나 이번 배상판결의 경우 일본 기업을 피고로 하는 강제징용 소송과 달리, 일본 정부가 피고인만큼 정부간 협의로 풀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한국 내 징용피해자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측에 제공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 양국 간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 중심 접근이 결여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보고있다. 이어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스스로 표명한 바 있는 책임 통감과 사죄·반성의 정신에 부응하는 행보를 자발적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판결이 나온 이날 한일 양국이 상호 대사 교체를 발표했다. 외교부는 주일본대사에 강창일 전 의원을 임명했고, 일본 정부도 아이보시 고이치 주이스라엘 대사를 새 주한대사로 발령했다. 신임 대사들은 부임하자마자 한일관계 개선 돌파구 마련이라는 과제를 안게됐다.

강 대사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부는 한일관계 정상화 의지가 강하다"며 "한일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어깨가 무겁지만,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위안부 배상판결에 대해 "사법부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치적 차원에서 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찾아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ss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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