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주 아닌 배터리주? SK이노, 10년 만에 최고가 '경신' 이유는
정유업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배터리 사업비중을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이 10년 만에 사상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38% 넘게 오르며 시장에서 사업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연초부터 매수세가 크게 유입되는 유동성에 힘입어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주로서 주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연초 이후 전일까지 배터리주 주가 상승률은 LG화학이 16.7%, 삼성SDI 11.1% 수준인 반면 SK이노베이션은 38.4%에 달한다.
지난해 만해도 정유업에 치중된 사업구조로 인식되며 다른 두 배터리 기업에 비해 상승률이 낮았지만 올 들어선 이런 모습도 털어냈다. 금융투자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향후 배터리 기업으로서 체질 개선을 보일 수 있어 증시가 종목 재평가에 들어갔다고 본다.
분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매출액은 2018년 3482억원에서 2019년 6903억원으로 98% 넘게 늘었다. 2020년 3분기 말 누적 기준 배터리 사업 매출액은 1조113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액을 훌쩍 넘겼다. 다만 현재까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 수준으로 작은 편이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장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배터리 사업 매출액은 앞으로 더 가파르게 늘 수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속되는 실적 부진에도 SK이노베이션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현대차 E-GMP 3차 물량에 대한 수주 기대감과 국내외 배터리업체 대비 저평가 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이라며 "올해 주식의 포지셔닝이 '전통 정유주'에서 '정유+배터리주'로 바뀔 전망"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탓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에서 영업손실을 보이고 있지만 이르면 2022년에는 분기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부문 매출액은 올해 3조5000억원, 2022년 5조6000억원으로 추정한다"며 "2022년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의 순위도 가파르게 올랐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글로벌 전기차용(EV, PHEV, HEV) 배터리 탑재 사용량 기준 점유율은 2019년 말 누적 기준 10위(1.9GWh)에서 지난해 1~11월 기준 5위(6.5GWh)로 올라섰다.
이 기간 탑재량 증가폭은 3사 중 가장 높다. SK이노베이션은 탑재량을 3.4배 늘린데 비해 LG에너지솔루션이 2.1배, 삼성SDI가 1.6배 늘었다. 단 절대적 탑재량은 LG에너지솔루션(26.4GWh), 삼성SDI(6.8GWh), SK이노베이션(6.5GWh) 순이다.
고객군을 현대기아차, 포드, 폭스바겐, 다임러, 베이징기차 등 전 세계 고루 확보한 영향이다.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를 550GWh, 640억달러(70조원)로 본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성장세에 대해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제작에만 모든 역량을 쏟아부으며 독보적 하이니켈 배터리 기술력을 구현해왔고 지금까지 7000만개 배터리셀을 납품하며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는 안정성을 갖췄다"고 밝혔다.
특히 정유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서 배터리 사업 확장이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1993년 첫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성공하고, 2012년 NCM(니켈·코발트·망간) 계열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을 선도하는 등 결실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에 따른 순차입 비중 증가는 SK이노베이션이 풀어야 할 숙제다. 황유식 연구원은 "지난해 말 순차입금 규모가 10조원을 웃돈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SKIET 상장과 윤활기유 사업 지분 매각에 따라 2조~3조원의 현금 유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E&P(석유개발 및 탐사생산) 사업 유동화, 그린본드 발행 등으로 투자 여력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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