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60억 달러 빚진 이라크행 가스 파이프라인 잠갔다가 코로나 백신 대가로 정상화..한국 선박 나포도 백신 줘야 풀릴까

김영주 기자 2021. 1. 8. 14: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란 ‘코백스 대금’은 이란이 이미 납부

10일 이란 방문하는 최종건 외교 1차관

‘이란 全 국민 코로나 백신 카드’ 제시할듯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케미’호 선박 나포 문제와 원유 대금 70억 달러를 연계하지 말라고 주장 중인 이란이 최근 미국의 대이란 제재 탓에 천연가스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이라크와 ‘가스 공급 재개-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자금 지원’ 합의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란-이라크 간 가스 파이프라인을 조인 뒤 백신 구매 자금을 받기로 합의하고 나서야 가스 공급을 정상화한 사건으로, 선박 나포 문제를 푸는 데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산 70억 달러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8일 이란 국영언론 등에 따르면 이란은 지난달 말 돌연 인접국인 이라크에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되는 천연가스량을 대폭 줄였다. 이란으로부터 천연가스와 전기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는 이라크로서는 상당한 에너지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천연가스 공급은 지난 달 26일 레자 아르다카년 이란 에너지부 장관이 이라크를 방문해 이라크에 동결된 자금으로 유럽산 코로나19 백신을 구입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한 밝힌 뒤에야 정상화 됐다. 아르타카년 장관은 이라크 방문 직후 이란 국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오랜 제재로 이라크에 있었던 이란 계좌의 돈이 인출됐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28일 이란가스공사는 이란국영언론에 “이라크 정부가 50억 달러 넘게 가스 요금을 빚지고 있고 10억 달러는 협정 위반으로 갚아야 할 대금”이라고 밝혔으며, 이란 정부는 “기술적인 문제로 줄어들었던 대 이라크 가스 공급을 재개한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이란 정부가 한국유조선 ‘한국케미’호 나포와 한국 내 동결된 원유 자금 70억 달러가 무관하다고 주장 중인 상황과 유사하다.

이에 따라 10일 이란을 방문하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란 정부가 수긍할 만한 동결 자금 70억 달러의 지급 카드를 들고갈지가 선박 나포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열쇠일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이란 정부는 선박 나포가 환경 오염 혐의 때문이며, 외교적인 방법이 아니라 기술적인 국내 절차에 따라 풀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최 1차관이 이란 방문 시 이런 이란의 공식 입장 탓에 두 이슈를 직접 연계하긴 어렵겠지만 비공식적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최 1차관의 이란 방문길에 들고 갈 창의적인 협상 카드가 마땅치 않아 외교 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초 이란의 요구로 한국이 미국 재무부로부터 제재 면제까지 받았던 세계보건기구(WHO) 주도의 국제백신연합 ‘코백스 퍼실리티’ 대금은 이란 정부가 이미 치른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이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압둘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코백신 백신 구입을 위한 선불금이 마침내 이란 중앙은행에 의해 송금됐다”며 “미국의 제재를 미해 WHO에 대금을 지급하는 것은 복잡한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이란은 우리 정부가 미국 재무부의 예외 면제를 얻어 미국 금융망을 통해 송금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자금이 미국에서 동결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고 있었다. 최 1차관이 이란 방문 시 기존의 코백스 대금 지원 카드를 그대로 내밀기 어려워진 셈이다.

다만 이란이 코백스를 통해 확보한 백신은 전체 인구의 10% 이하만을 충당할 수 있는 분량이다.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코백스를 통한 백신 확보는 8500만 명에 달하는 전체 이란 인구의 일부만 충당할 수 있는 만큼 이란의 해외로부터의 백신 개별 구매를 지원하는 방안도 협상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금융망을 거치지 않는 인도적 교역 방법도 고민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 대체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대이란 제재가 완화될 경우 인도적 교역 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교역 확보를 약속하는 방식의 성의 표시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