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농중간점검] ④ '흰 눈이 펑펑, 기록도 펑펑' 풍성한 기록 잔치 벌인 WKBL

현승섭 2021. 1. 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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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현승섭 객원기자] 기사를 작성하는 1월 7일, 창밖엔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외국선수 없이 진행되고 있는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국내 선수들이 함박눈처럼 기록을 우수수 쏟아내고 있다. 이번 시즌에 탄생한 수많은 기록 중 몇 가지 기록을 추려내 재조명하고자 한다.

‘혼자만 잘해선 어려워! - 김소니아, 강이슬’
한 경기 최다 득점(35득점) : 김소니아(우리은행), 강이슬(하나원큐)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최다 득점을 기록하고도 각각 고배를 마셨다. 먼저 35득점을 신고한 선수는 김소니아. 김소니아는 10월 24일 부천 하나원큐 전에서 빼어난 득점력을 자랑했지만, 팀은 65-68로 패배했다. 김소니아는 이날 경기에서 전반에만 21득점을 기록해 이미 전반 기준 커리어하이 기록을 새로 썼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3쿼터에 하나원큐의 빠른 공수전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하나원큐에 51-55로 역전을 허용했다. 우리은행은 경기 막판 원 포제션 게임에서 반전을 만들지 못하고 결국 패배했다. 김소니아는 꾸준한 활약으로 후반에 14점을 더 보탰다. 김소니아는 10월 10일 KB스타즈 전에서 기록한 개인 최다 득점(26득점)을 한 달도 안 돼 경신했다. 그러나 팀 동료의 득점 지원이 부족했다. 김정은(12득점), 박지현(10득점)만 간신히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강이슬도 김소니아와 같은 처지였다. 하나원큐는 11월 26일 용인 삼성생명에 75-77로 패배했다. 경기 초반부터 난타전을 벌인 결과, 삼성생명이 61-55로 근소하게 앞서며 4쿼터를 맞이했다. 하나원큐는 신지현의 9득점과 강이슬의 3점슛으로 삼성생명을 추격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김한별(25득점 17리바운드), 배혜윤(18득점 12리바운드)을 앞세운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 종료 4분 21초 전, 큰 변수가 발생했다. 강이슬과 함께 점수 쟁탈에 힘썼던 신지현이 19득점을 끝으로 5반칙 퇴장을 당했다. 교체 출전한 강계리의 3득점으로 70-73, 점수차를 3점까지 좁혔지만, 그뿐이었다. 경기 종료 46초 전, 점수는 70-77. 강이슬이 마지막 힘을 다해 5점을 더했지만, 승패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2점슛 5/6, 2점슛 6/8, 자유투 8/8. 강이슬은 KDB생명 전(2018.01.13)에서 기록한 33득점을 밀어내고 새 기록을 썼다. 그러나 강이슬의 커리어에서 가장 빛날 수 있었던 한 페이지는 팀의 패배로 빛을 잃었다.

KB스타즈 박지수는 10월 18일 인천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86-61로 승리한 뒤 인터뷰에서 “에이스라고 해서 자기만 잘하면 안 된다. 팀을 이끌어서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두 경기를 통해 1옵션 선수의 활약과 다른 선수들의 지원이 조화를 이뤄야 이길 수 있다는 진리를 재확인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김소니아, 강이슬 외에 이번 시즌 한 경기 30득점 고지를 밟아본 선수는 누가 있을까? 바로 박지수다. 박지수는 18경기 중 무려 4경기에서(33득점 2회, 32득점, 30득점) 30점 이상 득점했다.

‘단타스 없이 살아남기 - 안혜지’
한 경기 최다 어시스트(11개) : 안혜지(BNK, 2회), 박지수※, 김단비(신한은행)※

※ 박지수와 김단비의 어시스트 기록은 트리플더블과 연관되므로 이후에 다루겠습니다.

안혜지는 이번 시즌 부침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 선수 제도 일시 폐지로 영혼의 단짝이었던 다미리스 단타스를 잃었기 때문이다. 2018-2019시즌부터 두 시즌 동안 호흡을 맞췄던 안혜지-단타스 콤비는 리그 최고 궁합을 자랑했다. 안혜지는 리그 내에서 단타스에게 가장 정확한 엔트리 패스를 넣을 수 있는 선수였다. 단타스는 패스가 좋지 않더라도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하는 전천후 득점원이었다.

두 선수의 케미스트리가 절정에 달했던 2019-2020시즌, 단타스는 평균 20.2득점으로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안혜지 역시 평균 7.7어시스트로 ‘특급 도우미’로 자리 잡았다. 특히, 안혜지는 지난 시즌 27경기 중 7경기에서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001여름리그 김지윤(국민은행, 25경기)과 2008-2009시즌 전주원 현 우리은행 코치(당시 신한은행, 35경기)가 기록한 10회에 이은 3위 기록이다.

단타스 없이 치른 이번 시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안혜지의 1라운드 평균 어시스트는 6개, 평균 득점은 13득점, 3점슛 성공률은 무려 47.6%에 달했다. “공격적으로 임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는다”라는 안혜지의 말처럼 슛이 잘 들어가면서 어시스트도 덩달아 늘어난 셈이었다. BNK도 2승 3패로 1라운드를 마치며 리그에 연착륙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라운드가 끝나자 안혜지는 서서히 침체기에 빠지기 시작했다. 타 팀의 분석, 단타스의 빈자리, 떨어진 3점슛 감각, 집중 견제를 받는 진안의 컨디션 저하, 팀 내 최고 연봉자라는 중압감이 안혜지를 짓누르는 듯했다. 3점슛 성공률(47.6% → 27.6%)은 크게 낮아졌고, 평균 어시스트(6개 → 5.5개)도 소폭 줄어들었다. 안혜지를 지켜본 BNK 유영주 감독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안혜지가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간결하게 경기를 조율하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잘 풀렸던 경기를 떠올리는 것도 마음을 굳건히 다지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BNK로서는 KB스타즈를 이겼던 홈 개막전(82-79)이나 우리은행을 꺾었던 10월 30일 경기(71-70)를 되돌아볼 법하다.

더불어 안혜지는 침체기 직전인 삼성생명 전(2020.11.13, 73-82)과 KB스타즈(2020.11.27, 74-79)도 기억해낼 필요가 있다. 안혜지는 두 경기 연속 11어시스트를 뿌렸다. 두 경기 중 KB스타즈 전이 좀 더 주목할 만하다.

이날 경기에서 안혜지가 만든 하이라이트는 4쿼터 초반 어시스트였다. 53-63으로 뒤처진 채 시작된 4쿼터, 안혜지의 4연속 어시스트로 BNK는 64-65로 KB스타즈 턱밑까지 올라갔다. 이후 이소희의 득점으로 역전을 맛보기도 했던 BNK는 박지수의 6득점과 염윤아, 허예은의 자유투로 74-79로 패배했다.

그렇지만 쉽게 물러선 건 아니었다. 경기 종료 1분 23초 전 69-73, 안혜지는 스텝백으로 허예은의 수비에서 벗어나 정면에서 3점슛을 터뜨려 KB스타즈 간담을 서늘케 했다. 안혜지는 이날 경기에서 12득점 11어시스트 5스틸 5실책을 기록했다. 실책이 다소 많았으나, 슛과 어시스트가 조화를 이뤄 이상에 가까웠던 경기력을 보였다.

현재 BNK가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바로 약한 수비. BNK는 경기당 78.3점(리그 6위)을 실점하고 있다. 평균 득실차는 –7.7점이다. 다음 과제는 진안, 안혜지의 컨디션 회복이다. 특히, 안혜지의 회복엔 팀 동료의 도움도 필요하다. 안혜지의 패스를 받는 BNK 선수들이 마무리 능력을 향상해 야전사령관의 기를 살려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두 선수가 이번 시즌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배달했다. 심성영(KB스타즈)은 2020년 10월 22일 하나원큐 전에서 데뷔 후 첫 1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십자인대 부상을 털고 우리은행 로테이션에 합류한 김진희도 1월 3일 BNK 전에서 10어시스트로 커리어하이 기록을 세웠다.

‘외국 선수급 리바운드 - 박지수’
이번 시즌 한 경기 최다 리바운드(20개) : 박지수(2회, 총 6회), 고아라(하나원큐)
 

20리바운드는 그동안 외국 선수의 전유물과 같았다. WKBL 구단들은 외국 선수들에게 제공권을 맡겼기 때문이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20리바운드 120회 중 국내 선수가 기록한 건 단 17회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보물’ 박지수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 선수가 있었던 지난 시즌까지 이미 20리바운드 고지를 4번 밟았던 박지수는 이번 시즌에도 20리바운드를 두 번 달성했다. 박지수는 2020년 12월 9일 신한은행 전(77-71)과 12월 19일 우리은행 전(70-62)에서 각각 20리바운드를 걷어냈다.

박지수의 리바운드 능력은 역대 WKBL 국내 선수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 옥은희(현대, 2회)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정규리그에서 단 한 번만 20리바운드를 따냈다. 박지수의 현재 평균 리바운드는 11.9개로 역대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평균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잡고 있다. 2위는 정은순(9.1개)이다.

※ 강영숙(신한은행), 고아라(하나원큐), 김수연(국민은행), 신정자(KDB생명), 원진아(KDB생명), 장선형(신세계), 정선민(신세계), 정은순(삼성생명), 허윤자(신세계)

박지수의 리바운드 기록은 이제 외국 선수 기록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박지수는 2006여름리그에 참가한 마리아 스테파노바(당시 국민은행)와 함께 20리바운드를 6번 기록했다. 그 위로는 트레베사 겐트(11회, 신한은행-금호생명-우리은행), 케이티 핀스트라(8회, 신세계-삼성생명), 태즈 맥윌리암스(7회, 우리은행)이 있을 뿐이다.
한편, 고아라도 15시즌 만에 처음으로 20리바운드를 낚아챘다. 고아라는 2020년 10월 19일 BNK 전에서 10득점 20리바운드(공격 6, 수비 14) 5어시스트 1스틸 1블록슛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삼성생명 소속으로 2012년 11월 16일 신한은행 전에 기록했던 16리바운드였다. 그리고 고아라는 이날 경기에서 역대 38번째 통산 100블록슛도 달성했다.

하나원큐는 양인영과 더불어 이정현, 이하은도 투입해 신장을 높여 BNK의 속도에 대항했다. 그러나 포워드인 고아라가 리바운드를 가장 많이 잡았다. 고아라는 이 경기에서 유일하게 40분을 모두 소화하며 20리바운드를 채웠다.

고아라의 투지 덕분에 하나원큐는 리바운드 부문에서 46-37로 BNK에 앞섰다. 특히, 공격 리바운드는 17-9로 BNK를 압도했다. 그러나 고아라의 헌신이 승리로 돌아오진 못했다. 하나원큐는 BNK의 속공과 3점슛 부진(2/21)에 시달리며 59-67로 패배했다.

‘감독님, 오늘도 유능한 공 도둑이 되는 걸 허락해주세요 - 박지현’
이번 시즌 한 경기 최다 스틸(6개) : 박지현(우리은행)
새해 첫날, 박지현은 KB스타즈 전에서 스틸 기록을 경신했다. 박지현은 이날 경기에서 스틸 6개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2020년 3월 5일 KB스타즈 전에서 작성한 5개였다.

우리은행은 우승 경쟁자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김정은을 잃었다. 김정은은 2020년 12월 28일 하나원큐 전에서 슛 이후 착지 과정에서 박지현의 발을 밟고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 김정은은 이후 발목 인대 수술을 받고 이번 시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김정은은 박지수 수비의 핵심. 위성우 감독은 박지현과 김소니아에게 박지수를 막으라는 중책을 맡겼다. 전반까지는 박지수 수비에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 박지수는 전반에만 14득점(2점슛 6/7, 자유투 2/2)을 올렸다. 우리은행은 KB스타즈에 30-37로 뒤처진 채 후반에 돌입했다.

3쿼터가 되자 박지현의 대도 본능이 깨어났다. 박지현은 3쿼터에만 KB스타즈의 공을 4번 낚아챘다. 이번 시즌 한 쿼터 최다 스틸이다. 주 피해자는 박지수. 박지수는 3쿼터에 박지현에게만 공격권 3번을 내줬다. 박지현의 활약으로 우리은행은 3쿼터 한때 36-39, 점수 차를 3점 차까지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전반까지는 모두 빗나갔던 KB스타즈의 3점슛이 링에 꽂히기 시작했고, 후반 리바운드 열세(10-21)를 극복하지 못한 우리은행은 74-58로 패배했다.

현재 박지현은 스틸 부분 단독 선수를 달리고 있다. 19경기에서 평균 1,7개(총 33개)를 기록하고 있다. 2위 윤예빈(삼성생명)은 평균 1.6개(19경기, 총 31개)로 박지현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만일 박지현이 스틸상을 거머쥔다면, 2007겨울리그 타미카 캐칭 이후 14시즌 만에 스틸상이 우리은행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블록슛 여왕 자리도 곧 받으러 가겠습니다 – 박지수’
이번 시즌 한 경기 최다 블록슛(6개) : 박지수

박지수는 2020년 10월 18일 신한은행 전에서 블록슛 6개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이번 시즌 한 경기 최다 블록슛. 그렇지만 박지수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블록슛은 아니었다. 박지수는 2018년 1월 31일 삼성생명 전에서 블록슛 7개를 기록한 바가 있다.

KB스타즈는 이날 경기 전까지 우승 후보답지 않게 개막 2연패에 빠졌다. 박지수는 절치부심한 듯 골밑을 장악했다. 동료들은 박지수에게 몰린 수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득점을 쌓았다. 후반에 점수 차를 쭉쭉 벌린 KB스타즈는 86-61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박지수는 이날 경기에서 27득점 11리바운드 6어시스트 6블록슛을 기록했다.

※ 박지수는 마리아 스테파노바(국민은행)이 2006년 6월 30일 신세계 전에서 27득점 16리바운드 5어시스트 5블록슛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25득점-10리바운드-5어시스트-5블록슛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스테파노바 이전에는 정은순이 3번이나 대기록을 작성했다.

역대 한 경기 최다 블록슛은 키아 스톡스(삼성생명)가 기록한 11개. 2015년 12월 20일, 팀은 KB스타즈에 77-80으로 패배했지만, 스톡스는 21득점 27리바운드 11블록슛으로 괴력을 자랑했다. 국내 선수 중에는 이종애(한빛은행)가 9개로 가장 많은 블록슛을 기록했다. 박지수가 이종애의 기록에 다가설지, 더 나아가서 블록슛이 포함된 트리플더블을 기록할지 기다리는 것도 WKBL을 즐기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한편, 박지수의 정규리그 블록슛은 296개(131경기)로 300개까지 단 4개가 남았다. 다음 경기에 바로 달성해도 이상하지 않다. 관건은 속도다. 박지수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수비에서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에 블록슛 관련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러나 최소 경기 기록은 ‘블록슛 여왕’ 이종애가 버티고 있다. 300블록슛 구간에서도 박지수는 이종애를 넘지 못한다. 다만, 경험을 쌓고 점점 노련해지는 박지수가 100블록슛을 추가하는 데 필요한 경기수를 점점 줄일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이종애, 박지수의 정규리그 블록슛>

이종애 : 407경기 862블록슛, 평균 2.1블록슛 

박지수 : 131경기 296블록슛, 평균 2.3블록슛


'예? 제가 트리플더블을 완성했다구요? - 김단비, 박지수'

이번 시즌 트리플더블 기록 - 김단비(1회), 박지수(1회)

선수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대기록이 두 차례 만들어졌다. 이번 시즌 첫 번째 트리플더블은 김단비의 손에서 탄생했다. 팀 사정상 파워포워드도 맡고 있는 김단비는 30대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김단비는 2020년 12월 16일 하나원큐 전에서 26득점 15리바운드 11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그의 통산 2호 트리플더블이었다.

이번 트리플더블은 그에게 의미가 남다른 트리플더블이었다. 첫 번째 트리플더블은 패배로 빛이 바랬기 때문이다. 2019년 1월 24일, OK저축은행(현 BNK)과의 경기에서 20득점 10리바운드 13어시스트로 첫 번째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그러나 팀이 69-72로 패하는 바람에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는 기쁨을 누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 있어 이번 트리플더블이야말로 첫 번째 트리플더블이었다. 경기 종료 후 김단비는 “경기가 끝나고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엄청 놀랐다(웃음)”라며 트리플더블을 이뤘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비화를 밝혔다. 그리고 그는 “나는 항상 트리플더블에 몇몇 기록이 모자랐던 선수였다. 근데 오늘은 동료들이 정말 잘해줘서 고맙다. 처음 트리플더블을 할 때는 팀 상황이 좋지 않았고 또 졌다. 다행히 오늘은 승리도 해서 더 기쁘다”라며 트리플더블을 만끽했다. 

불과 하루 뒤, 대표팀 동생인 박지수가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 박지수는 12월 17일 BNK 전(82-61)에서 10득점 14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언뜻 봐서는 평범한 트리플더블처럼 보이지만, 출전 시간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박지수는 단 20분 12초 만에 트리플더블을 완성했다. 그의 통산 3호 트리플더블은 역대 최단 출전 시간 트리플더블이 됐다.

2쿼터까지 박지수는 8득점 8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더블더블은 유력했지만, 트리플더블까지 의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 박지수는 폭발적으로 기록을 쌓아나갔다. 박지수는 3쿼터 시작 후 약 6분 동안 2득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적립했다.

10득점 13리바운드 9어시스트. 트리플더블에서 어시스트 1개가 남은 상황, 박지수는 염윤아에게 10번째 어시스트를 제공했다. 박지수는 트리플더블이 완성된 후 1분 9초 뒤에 벤치로 돌아가 경기 끝까지 휴식을 취했다. 박지수의 이날 출전 시간은 21분 21초에 불과했다.

경기 종료 후 안덕수 감독은 “경기 끝날 때까지 박지수가 트리플더블을 한 줄 몰랐다. (경기가) 끝나고 기록지를 보니까 나도 놀랐다. 전반전에 8점까지만 기억하고 뺐는데 이미 달성했을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뒤이어 인터뷰실에 들어선 박지수도 “트리플더블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3쿼터 전에 8득점 8리바운드였고, 두 자릿수 득점까지 2점 남았다. 점수 차가 커서 벤치로 돌아왔을 때 득점도 못 올렸다고 생각했다. 2점을 넣었는데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나와서 언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트리플더블이었다”라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틀 연속 트리플더블은 김단비-박지수 건을 포함해 총 4번 발생했다. 특이하게도 2000년 7월 18일엔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선수가 두 명이었다. 역대 유일한 사례다.

2000.07.17 임순정(금호생명) 12득점 10리바운드 13어시스트
2000.07.18 정선민(신세계) 27득점 12리바운드 12어시스트
2000.07.18 전주원(현대) 13득점 11리바운드 10어시스트

2010.01.24 김계령(우리은행) 14득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
2010.01.25 이미선(삼성생명) 11득점 13리바운드 10어시스트

2019.01.23 김한별(삼성생명) 11득점 13리바운드 10스틸
2019.01.24 김단비(신한은행) 20득점 10리바운드 13어시스트

 

'2강 2중 2약' 체제가 점점 굳어지고 있다. 휴식기를 통해 상위권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경기력 유지, 중위권은 플레이오프 티켓 사수, 하위권은 마지막 대반전을 노리고 있다. 만약 플레이오프 진출팀이 일찌감치 결정된다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선수들이 새 기록을 만드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보는 것도 WKBL을 즐기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진=WKBL 제공

점프볼 / 현승섭 기자 julianmint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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