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되는 '여신강림-런온' 성 역할 고정관념 깨기, 아쉽지만 박수를[TV와치]

서유나 2021. 1. 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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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유나 기자]

성 역할 고정관념의 교과서적 정의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신체적 구분에 비례하는 사고, 정서, 행동 등을 요구하는 기대. 드라마에 접목해 보자면 여자 캐릭터는 그리고 남자 캐릭터는 응당 이래야 돼 하는 것들. 사랑을 대하는 태도, 삶의 방식, 소소한 행동에 있어 성별에 따라 정해진 모든 것.

tvN 수목드라마 '여신강림', JTBC 수목극 '런 온'은 각각 이런 성 역할 고정관념을 깨는 트렌디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똑같은 방식은 아니다. 두 드라마가 클리셰를 뒤집는 방식은 깊이에서나 방식에서 차이가 났다.

tvN 수목드라마 '여신강림'은 다소 1차원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극중 임주경(문가영 분)의 언니 임희경(임세미 분)은 익사이팅 스포츠를 즐기고 자동차 바퀴 정도는 손쉽게 교체하며 사랑에 있어 적극적이다.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대시는 물론 사귀자는 제안도 키스도 모두 먼저 한다. 상대가 그리울 땐 직장으로 꽃도 보낼 줄 아는 센스와 다정함을 겸비했다. 오래된 것들을 사랑하며 수줍음이 많은 새봄고 문학교사 한준우(오의식 분)는 정반대이다.

이런 두 사람의 관계는 기존 드라마와는 전복된 남녀관계를 보여주는 덕에 신선하고 재미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가치는 없다. 클리셰를 비틀었다는 즐거움에서 오는 웃음 딱 거기까지. '여신강림'이 성 역할 고정관념을 다루는 방식은 사랑이라는 주제에 한정돼 기존 우리가 알던 남성의 캐릭터를 여성에게, 여성의 캐릭터를 남성에게 입히는 것 정도로 '깨기'보단 '뒤집기'에 가까웠다. 극적인 요소가 한 움큼 들어간 이들의 관계는 마치 작위적 역할놀이와 비슷해 보였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주인공인 임주경(문가영 분)이 고정관념 속 여성 성 역할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화장'에 목매고 위기의 순간마다 백마 탄 왕자처럼 나타난 이수호(차은우 분)의 도움을 받고 있는 이상 재미용 외에 더 깊이 있는 접근은 불가능해 보였다. 굳이 의미를 매겨 보자면 전형적 클리셰 관계인 임주경-이수호로부터 오는 불편함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 정도.

이런 아쉬움 속 JTBC 수목드라마 '런 온'의 시각은 좀 더 눈여겨볼 만하다. '런 온'의 성 역할 고정관념 깨기는 굳이 사랑에 한정돼 있지 않다. 여성들은 모두 주체적인 성격을 갖고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한다. 남성의 역할을 베낀 게 아니다. 그냥 각 여성 캐릭터들은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다 보니 전문적이게 됐고 이후로도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달린다. 그 속에서 나머지는 부수적으로 뒤따랐고, 사랑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런 온'에서도 기존 여성 캐릭터, 남성 캐릭터의 클리셰적 특징을 전복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 예로 오미주(신세경 분)는 기선겸(임시완 분)보다 훨씬 술을 잘 마시고 곤란한 상황 그의 손목을 잡고 당차게 끌고 나갈 줄도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 오미주가 '클리셰적 남성 역할' 옷을 입은 것은 아니다. 시청자는 오미주의 환경이 오미주를 오미주답게 만들었음을 인지한다. 이런 주체적인 나다움은 오미주뿐 아니라 서단아(수영 분), 박매이(이봉련 분), 육지우(차화연 분), 기은비(류아벨 분), 동경(서재희 분) 등 모든 여성 캐릭터들이 빠짐없이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런 온'은 무엇 하나 아쉽지가 않다.

세상이 달라졌다. 시청자들은 기존 클리셰 중 불편한 점을 예민하게 읽어낼 줄 알고 곧장 비판적 스탠스를 취할 줄 안다. 이에 드라마 속 성 역할 고정관념은 천천히나마 조금씩 깨지고 있고 좋은 의미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은 비교돼 아쉬우면서도 이 두 작품 모두 시도라는 측면 충분히 유의미하다. 그 방식이 가볍든 무겁든 무게와 상관없이, 그저 시도만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것. 앞으로 더 많은 드라마들이 이 유의미한 가치에 도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두 드라마가 보여줬듯 고정관념은 비틀고 부수는 데에서 오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니 말이다. (사진=tvN '여신강림', JTBC '런 온')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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