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동부구치소 '중대재해'와 편파 입법

기자 2021. 1. 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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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부터 20여 년 동안 워싱턴로스쿨(WCL)의 학장으로 재직하면서 '인권'의 개념을 확고히 한 클라우디오 그로스만 교수는 국제법 분야의 대가다.

머뭇거리는 내게 그는 집단거주 시설은 '인권' 측면에서 매우 문제가 있으니 점차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더욱이 가장 최소한의 방역 장치인 마스크조차 수차례에 걸친 호소에도 불구하고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인권유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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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995년부터 20여 년 동안 워싱턴로스쿨(WCL)의 학장으로 재직하면서 ‘인권’의 개념을 확고히 한 클라우디오 그로스만 교수는 국제법 분야의 대가다. 우리 대학 로스쿨 설립 초기에 운영의 노하우를 전해주기도 했다. 강연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 캠퍼스 안내를 맡았는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한 감방에 여러 명의 죄수를 수용하느냐”고 물었다. 아마도 어릴 적 고향 칠레에서 군부독재 시절 겪었던 혹독했던 감옥의 상황을 회고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궁색하기 그지없었다. 영화 ‘쇼생크 탈출’이나 ‘그린마일’ 등 미국의 교도소 내부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다룬 작품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대부분 한 방에 2명씩 2층 침대를 사용하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었다. 반면, 우리의 교도소(구치소)의 상황은 수십 년 전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몇 평 되지 않는 방에 적게는 5∼6명, 많게는 10명 가까이 수용하고 있다. 그저 ‘수용’만 하고 있을 뿐 원래 의미의 ‘교정(矯正)’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머뭇거리는 내게 그는 집단거주 시설은 ‘인권’ 측면에서 매우 문제가 있으니 점차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번 서울 동부구치소의 경우를 보면 ‘정신적 자유’의 문제와 아울러 역학(疫學)적 측면에서는 감염병이라는 ‘신체적 자유’의 침해 문제도 심각하다. 더욱이 가장 최소한의 방역 장치인 마스크조차 수차례에 걸친 호소에도 불구하고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인권유린이다. 이번 사태가 이렇게 확대되고 비상식적으로 코로나가 확산된 데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첫째, 법무부 등 집단 수용시설을 운영하는 국가기관들이 감염병의 위험성에 대해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거의 대비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조류독감 등 감염병 사태로 인해 온 나라가 초긴장 상태였다. 그러면 당연히 정부 당국은 신속한 분산을 위한 플랜 B를 계획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했어야 했는데 정부의 늑장(무) 대응으로 애꿎은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앞으로는 선제적으로 대상자들의 분산 시설과 이동 경로 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이런 반(反)인권적 상황을 야기한 정부 당국자들에 대한 책임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최근 국회에서는 중대한 재해를 야기한 기업들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법’을 입안 중이다.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의 사망 사고를 야기한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민간 기업에는 책임을 대폭 강화하면서도 동부구치소처럼 정부 당국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책임자 처벌에 관해 딱히 정해진 규정이 없다. 명백히 평등의 원리에 배치된다.

셋째, 교정행정과 교정시설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공동수용시설에 단지 수용하기만 할 게 아니라, 예산이 들더라도 선진국 수준으로 시설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은 그런 일에 사용하라고 징수하는 것이다.

비록 구치소에 있더라도 우리 국민이요 같은 사람이다. ‘어떤 조건에 있든 그 사람의 생명과 건강은 차별 없이 보호돼야 한다’고 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다시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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