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북극한파' 소감묻자, 선별진료소 직원 눈물부터 왈칵!

이병희 2021. 1. 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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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진료소 종사자 영하 20도 이하 한파에 이중고
운영시간 축소에도 검사 시작 전부터 시민들 장사진
"추워 죽겠는데 뭐하는거야" 일부 시민 핀잔도 들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공무원 소명의식으로 견뎌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한파경보가 내려진 8일 오전 10시30분 경기 수원시 권선구보건소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0.01.08. iambh@newsis.com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영하 20도 안팎의 역대급 최강 한파가 찾아온 8일 오전 10시30분.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여온 경기 수원시 권선구보건소는 그야말로 꽁꽁 얼어 붙었다.

수도권 전역에 내려진 한파경보에 누구나 무료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임시선별검사소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운영시간이 축소됐다.

하지만 바뀐 시간을 몰랐거나 알고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일찍부터 찾아온 시민들로 벌써부터 북적였다.

운영 시작 시간이 30분이나 남았지만, 검사소 앞에는 100여 명의 시민이 길게 줄을 섰다. 전날 내린 눈이 녹지 않아 눈밭에서 기다리는 시민들은 시린 발을 동동 구르며 옷깃을 여몄다.

보호복을 입은 한 근무자는 보건소 주변에 길게 줄을 선 시민들에게 변경된 시간과 거리두기 수칙을 안내했다.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대기, 접수, 검체 채취를 할 수 있는 천막 3곳뿐. 그마저도 오가는 사람들이 편하도록 입구가 다 뚫려 있는 데다 난로도 1개밖에 없어 야외에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추위 속에서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근무자들은 오히려 줄을 서 대기하는 시민들을 걱정했다.

임용 뒤 지구대에서 근무하다 임시선별검사소에 파견됐다는 경찰관 송모(26)씨는 "저희야 추울 때 잠깐씩 난로도 쬘 수 있고 천막에 들어갈 수 있지만, 대기 중인 시민들은 바람맞으며 서 계셔야 해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눈썹에는 마스크 때문에 생긴 수증기가 얼어 서리가 맺혀 있었다.

함께 근무하는 박모(30)씨도 "힘든 것은 크게 없다. 기다리시는 분들이 감기 걸리실까 걱정된다"라며 시민들을 걱정했다.

모두 "괜찮다"라고 말했지만, 추워도 너무 추운 날씨에 얼어붙는 두 손을 모으거나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근무자들이 입는 방호복이나 수술복은 주머니도 없고, 중간중간 손소독제를 사용하다 보니 손이 꽁꽁 얼어 힘들어했다.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한파경보가 발효된 8일 오전 10시30분께 경기 수원시 권선구보건소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근무자가 눈밭에서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안내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2020.01.08. iambh@newsis.com


직장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을 듣고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 권모(42·여)씨는 1시간째 줄을 서고 있었다.

권씨는 "너무 춥긴 하지만 근무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검사받는 사람들이야 한 번이지만, 근무하시는 분들은 매일같이 추위 속에서 너무 고생하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끝까지 힘내시고, 코로나19가 마무리될 때까지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임시선별검사소에는 '도내 운수종사자 코로나19 전수조사'로 인해 운수종사자가 몰려 더욱 북적였다.

일찍 검사를 받으러 오전 9시에 나왔다는 시내버스 기사 한모(55)씨는 "줄이 길어지자 보호복을 입은 사람이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죄송하다, 시간이 바뀌었다'라고 공지를 하더라. 근무시간이 11시부터인데 일찍 나와서 시민들에게 안내하는 분을 보면서 감동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큰 소리로 "빨리 좀 시작합시다", "추워 죽겠는데 뭐하는거야"라며 화를 내는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

줄을 서고 있던 시내버스 기사 이모(39)씨는 "어제 시간 바뀐 줄 모르고 갔다가 낭패를 봤다는 동료들의 말을 듣고 시간이 바뀐건 알고 있었지만 사람이 몰릴까봐 일찍 나왔다. 한파 때문에 시간이 바뀐 것은 이해하지만, 이렇게 추운 날 조금 일찍 시작해주면 좋겠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한파경보가 내려진 7일 오후 1시께 경기 수원시 수원역광장 앞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0.01.08. iambh@newsis.com


앞서 전날 오후 1시 수원역광장 앞 임시선별검사소. 해가 중천에 뜬 시간이지만, 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데다 바람이 불어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이어졌다.

1달 가까이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일하고 있는 이모(46·여)씨는 힘들진 않냐고 묻자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이씨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에 자원해서 왔지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공무원으로서의 소명의식이 없으면 절대 하지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로가 있긴 하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손발도 시리고 정말 버티기 힘들다. 코로나19에 노출돼 있다 보니 불안감도 항상 있다"라고 말한 뒤 대기하는 시민을 맞기 위해 돌아섰다.

그러고는 언제 눈물을 보였냐는 듯 친절하게 검사 안내사항을 시민에게 전하고, 맡은 일을 이어갔다.

권선구보건소 관계자는 "하루에 몇 시간씩 야외에서 근무하니까 면역력이 떨어져 건강이 안 좋아진 직원도 많다. 한정된 인력이 돌아가면서 근무하다 보니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시민들께서도 추위에 대기하는 것이 힘드시겠지만, 조금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며 "한파로 인한 임시선별검사소 시간 변경은 오는 10일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시간을 잘 확인하고 방문하셔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amb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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