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사악한 퇴장

기자 2021. 1. 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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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퇴역 때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6·25전쟁 와중이던 1951년 4월 해리 트루먼 대통령으로부터 연합군사령관 해임 통보를 받은 뒤 미 의회에서 한 퇴임 연설에서 군인의 삶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힌 것인데, 당시 군에서 유행하던 노래 가사라고 한다.

지난해 대선에서 '해고'당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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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퇴역 때 “노병은 결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6·25전쟁 와중이던 1951년 4월 해리 트루먼 대통령으로부터 연합군사령관 해임 통보를 받은 뒤 미 의회에서 한 퇴임 연설에서 군인의 삶을 마무리하는 소회를 밝힌 것인데, 당시 군에서 유행하던 노래 가사라고 한다. 그런데 맥아더의 명언은 이제 “노병은 결코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로 바뀌어야 할 듯하다. 지난해 대선에서 ‘해고’당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6일 각주 선거인단 투표를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부통령이 결과를 뒤집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를 부추겼다.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재검표를 통해 1만1780표를 더 찾아내라고 요구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지난 11월 대선 때 조지아주의 조 바이든 승리를 뒤엎기 위한 명시적 압박이라는 점에서 탄핵감이다. 그는 대선 패배 후 재검표 소송을 내고 선거자금을 모으며 대규모 유세도 잇달아 개최했다. 미 정가에서는 트럼프의 이 같은 행동을 ‘과장된 퇴장 의식’이나 2024년 대선 재출마를 위한 쇼 정도로 여겼지만,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계엄령을 주문하자 기류가 달라졌다. “파시스트 트럼프가 체제 전복 쿠데타를 벌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됐다. 이에 척 헤이글 등 전 국방장관 10명은 “이젠 대선 결과에 승복하라”는 경고 성명을 냈다. 군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고 사라져 달라는 주문이다.

2016년 대선 승리 후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는 매일 리얼리티 쇼를 벌였지만 이제 그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돌출 행동과 자극적인 발언으로 시선을 끈 덕분에 그를 다룬 책은 늘 베스트셀러가 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관련 책은 지난 4년간 1000여 종이 출간됐다. 버락 오바마 등 전직 대통령의 경우 평균 500종 정도다. 트럼프 관련 책이 전직의 2배가량 발간됐다는 것은 트럼프 현상의 격렬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트럼프는 19일 백악관에선 떠나겠지만, 사라지지는 않을 듯하다. 설혹 물리적으로 그가 사라진다 해도 트럼피즘은 미국 민주주의를 죽음에 이르게 할 치명적 암으로 남을 것이라는 게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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