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kg 현찰을 혼자서? 제주 카지노 공범 있다

오재용 기자 2021. 1. 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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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보안·현찰 무게 300kg 감안, 단독 범행 힘들어
경찰, 말레이시아 국적 50대 여성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월드 란딩카지노 내부 모습./란딩카지노 제공

제주도 카지노에서 현찰 145억6000만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서귀포시 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 대형 금고에 보관 중인 현금 145억6000만원이 사라진 사건과 관련, 카지노 금고를 관리하던 직원 A(55)씨를 횡령 혐의로 입건했다.

A씨는 말레이시아 국적의 여성이다. 본사인 홍콩 랜딩인터내셔널 소속이며 랜딩카지노 초기부터 근무해온 임원급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12월말 휴가를 내고 연락이 끊겼다.

랜딩카지노를 운영하는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자체 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지난 4일 저녁 금고에 보관돼 있어야 할 본사 자금 145억6000만원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A씨는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경찰은 이번 도난 사건에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카지노 업장 특성상 엄격한 보안을 뚫고 현찰 145억원을 외부로 반출하기는 쉽지 않아서다.

사라진 현찰이 모두 5만 원짜리라면 29만1200장으로, 그 무게만 300㎏에 이른다. 이 금액을 옮기는데 사과상자를 이용했다면 20㎏들이 사과박스 15개 가량이 필요하다. 사과박스 하나에는 5만원권 지폐 약 12억원을 채울 수 있다.

50대 여성 홀로 무게만 약 300㎏에 달하는 현찰을 다른 직원 눈에 띄지 않고 옮겼다는데 의문점이 제기된 상황이다. 특히 돈이 보관된 금고는 가정용 금고가 아니라 금융기관에서 사용하는 대형금고로 카지노에서 접근할 수 있는 임직원은 극소수라는 것이 카지노업계에 알려졌다. 게다가 카지노에 설치된 수백개의 CCTV(폐쇄회로)와 직원들의 감시망을 피해야 한다.

현재 경찰은 카지노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복원하고 확보된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범이 있다면 한꺼번에 옮겼을 가능성이 있지만, 단독범행이면 상당한 시일에 걸쳐 현금을 가져갔을 수도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빼돌린 현찰은 지금 어디 있을까?

A씨가 만약 이미 항공편을 통해 외국으로 출국했다고 해도 한화 현찰을 직접 가지고 나가기는 힘들다. 현찰을 담은 사과 상자 15개 분량을 공개적인 장소에서 항공화물을 부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융실명제를 고려하면 환전 후 외국으로 송금하는 것은 엄두조차 못 낼 일이다. 고액의 돈을 일시에 환전하거나 송금할 땐 국내 금융당국이 이를 즉각 알아채기 때문이다. 또 국제택배의 경우 세관에서 덜미를 잡힐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라진 현금이 아직 제주도 내 모처에 보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하지만 사라진 A씨가 장기간에 걸쳐 공모자와 현찰을 빼돌렸다면 돈은 여러 경로로 이미 외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임원급의 직원이 일을 벌였다면 최소 한 달여 전부터 계획적으로 움직였을 것”이라며 “여러 조직을 활용해 이미 돈을 모두 외국 등으로 빼돌렸을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한 카지노의 금고 안에 그렇게 많은 돈이 보관돼 있던 것도 의문이 남는다. 상대적으로 거금이 오갈 수 있는 외국인 카지노이기는 하지만 100억대 규모의 현금을 보관하는 일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란딩카지노는 2018년 문을 열 당시 국내 한 은행에서 현찰로 300억원을 찾아 카지노 금고에 보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300억원은 카지노 고객에게 보여주는 이벤트에 활용하거나 게임에서 이긴 고객이 현찰 수령을 원할 경우 현장에서 지급하는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람정코리아 관계자는 “사라진 돈은 본사인 랜딩인터내셔널이 랜딩카지노에 맡겨 보관하던 것”이라며 “회사 자체 자금과는 전혀 무관해 카지노의 운영이나 경영에는 문제가 없고, 조만간 입장문을 내서 해명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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