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 "트럼프 당장 해임해야"..내각은 잇따른 자진 사임

방성훈 2021. 1. 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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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자 국회의사당 난입·난동 사태 후폭풍
美의회·행정부서 트럼프 탄핵 촉구·논의 이어져
"트럼프에 실망"..교통장관·전 비서실장 등 자진 사퇴
거센 비판에 한발 물러선 트럼프 "순탄한 정권이양 약속"
"트럼프 탄핵보다 성공적 정권교체 집중해야"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강제로 해임·탄핵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상 초유의 미 국회의사당 난입·난동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같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퇴임까지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미 의회와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또는 탄핵에 신경 쓰기보다 성공적인 정권 이양 및 행정부 전환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및 CNN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어제 미 국회 의사당에서 일어난 일은 대통령이 선동한 미국에 대한 반란”이라며 “이 대통령은 하루라도 더 재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내각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부통령과 내각이 일어서기를 거부한다면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 의회를 다시 소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대통령이 무장 반란을 선동했다”며 “퇴임까지 남은 13일이 매일매일 ‘공포 쇼’가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를 즉시 발동해 대통령을 몰아내 줄 것을 촉구한다”며 “부통령과 내각이 행동하지 않는다면, 의회는 탄핵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며 슈머 대표와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그 직의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내각과 합의해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할 경우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성토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나왔다. 공화당 소속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동영상을 게재하고 “대통령은 국민과 의회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포기했을 뿐 아니라 우리가 봤던 반란을 부추겼다”며 “악몽을 끝내기 위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야 할 때”라고 했다. 킨징어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무 수행에 부적합하다며 자발적으로든 비자발적으로든 행정부에 대한 통제를 포기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공화당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임 또는 해임되고 펜스 부통령이 대행한다면 미국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현재까지 100명이 넘는 의원들이 수정헌법 25조의 발동을 주장했으며, 공화당에선 킨징어 의원이 유일하게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도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해임이든 탄핵이든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선 미 정가와 행정부는 물론 언론들조차 어렵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재임 기간이 2주도 남지 않은데다, 다음주 의회가 휴회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이에 미 내각에서는 고위 참모들의 자진 사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레인 차오 교통부 장관과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던 믹 멀베이니 북아일랜드 특사 등이 이날 사임 의사를 밝혔다. 멀베이니 특사는 “미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 만들고 세금과 규제를 완화하는데 동의했던 것이지 어제 본 사태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8개월 전과 같지 않다. 나는 (더 이상) 이 곳에 머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자랑스러워 할 만한 성과들을 많이 냈지만 어제 모두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앞서 세라 매슈스 백악관 부대변인, 최장수 참모진 중 한 명인 리키 니세타 백악관 사회활동 비서관,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대변인이자 비서실장인 스테퍼니 그리셤도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백악관 선임 보좌관 3인방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매슈 포틴저 부보좌관, 크리스 리들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사직서를 이미 냈거나 고려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쏠리자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오는 20일 (조 바이든) 새 정부가 출범할 것”이라며 “순탄한 정권 이양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미 대통령으로서 업무를 수행한 것은 일생의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날 워싱턴DC 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해 “극악무도한 행위로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을 추궁하기보다는 성공적인 정권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화당 소속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이날 “(현 행정부는) 13일밖에 남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경을 분산시키지 말고, 성공적인 (정권) 전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일침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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