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 '국뽕' 넘어선 '해외 반응' 콘텐츠

하헌기 2021. 1. 8. 11:0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유튜브에는 '해외 반응'이라는 장르가 있다.

한국의 '무언가'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소개하는 영상들.

망국적 비관론을 전파하는 일부 한국인들과 '해외 반응' 사이의 간극을 살피다 보면, 이젠 외국인들이 아니라 한국인들을 향해 "Do you know 한국?"이라고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두유노'류의 동영상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양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분석하는 콘텐츠가 들어서고 있다. '열등감 극복 국면'을 지나는 추세다. 이제 '국뽕' 콘텐츠도 줄어들 것이다.
ⓒ유즈만TV 유튜브 갈무리12월21일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3위까지 올랐던 유즈만TV의 손흥민 관련 해외 반응 영상.

“두유노(Do you know) 한국?”

유튜브에는 ‘해외 반응’이라는 장르가 있다. 한국의 ‘무언가’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소개하는 영상들. 예전에는 주로 케이팝 같은 문화 콘텐츠를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요즘엔 소재가 다양해졌다. 가령 ‘시동이 걸린 채 주차된 자동차’ 같은 거다. 잠깐 자리를 비울 때 자동차의 시동을 끄지 않는 것이 한국인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한국의 치안 상태가 우수한 덕분’이라며 감탄한다는 것. 이 영상의 조회수가 무려 40만 회에 육박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외국에서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때 동원되던 것은 소위 ‘두유노 클럽’이었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유명인, 음식, 문화 등에 대해 직접 질문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영상에서 자국에 대한 열등감과 자부심이 섞여 있는 한국인들의 심리를 읽어냈다.

2020년 12월21일 기준으로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3위까지 올라갔던 영상도 ‘해외 반응’ 부문이었다. ‘손흥민 골 넣은 날 런던 지하철 탔을 때 외국인 반응’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 조회수가 80만 회를 돌파하고 있었다. 유튜버는 ‘Do you know 손흥민?’이라고 묻지 않는다. 오히려 외국인들이 먼저 그가 한국인임을 확인하자마자 갑자기 지하철 안에서 손흥민 응원가를 ‘떼창’하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 반응’ 콘텐츠를 그저 ‘국뽕’으로 폄하한다. 하지만 추세를 볼 때 한국이 세계인들의 관심과 평판에서 하나의 거대한 벽을 찢고 뛰쳐나온 것 자체는 사실인 듯하다. 이제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에게 BTS를 아느냐고 질문할 필요도 없다. 2020년 12월11일 〈타임〉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BTS 영상이 올라왔는데, 지난 1~2년간 이 채널의 영상들 가운데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두유노’류의 동영상이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에 다양한 각도로 한국 사회의 성취와 현실을 분석하는 콘텐츠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한국 사회가 ‘열등감 극복 국면’을 지나고 있는 추세를 보여준다. 이 국면을 넘어서면 ‘국뽕’으로 불리는 콘텐츠의 양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한국인에게 묻는 “Do you know 한국?”

예전에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진단할 때 이른바 선진국들과 비교하곤 했다. 다른 부문들도 그랬지만 ‘재난 대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6년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무렵만 해도 일본의 지진 대처와 비교하는 일이 잦았다.

당연히 한국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그러나 적어도 이제 과거의 방식인 ‘덮어두고 선진국 추격’이라는 발상으로는 문제를 제대로 진단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 한국의 상황과 역량을 제대로 직시하고 그에 맞는 해법을 내야 한다.

이래저래 힘든 상황에서 새해를 맞는다. 해결해야 할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하겠지만 한국의 총체적 역량을 일부러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망국적 비관론을 전파하는 일부 한국인들과 ‘해외 반응’ 사이의 간극을 살피다 보면, 이젠 외국인들이 아니라 한국인들을 향해 “Do you know 한국?”이라고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editor@sisain.co.kr

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www.sisain.co.kr) - [ 시사IN 구독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