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그림밖에 몰랐다고 했지만..가족을 끔찍히 사랑한 장욱진

장재선 기자 2021. 1. 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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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림과 술밖에 모르고 살아온 인생에서 그림은 내가 살아가는 의미요, 술은 그 휴식이었다." 생전에 이렇게 말한 화가 장욱진(1917∼1990)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단순함의 미학을 독보적으로 펼쳐낸 기인(奇人) 작가로 꼽힌다.

순진무구한 아이 시선으로 세상을 본 그의 그림 언어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시정(詩情)을 담고 있다.

장욱진은 스스로 그림과 술밖에 몰랐다고 했으나, 가족을 끔찍이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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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장욱진(왼쪽)이 생전에 각별히 아낀 ‘가족도’(1972년작). 현대화랑 제공

13일부터 현대화랑서 30주기展

집·가족·자연 테마 50여점 공개

“오직 그림과 술밖에 모르고 살아온 인생에서 그림은 내가 살아가는 의미요, 술은 그 휴식이었다.” 생전에 이렇게 말한 화가 장욱진(1917∼1990)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단순함의 미학을 독보적으로 펼쳐낸 기인(奇人) 작가로 꼽힌다. 순진무구한 아이 시선으로 세상을 본 그의 그림 언어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시정(詩情)을 담고 있다.

현대화랑이 장욱진 30주기 기념전(1월 13일∼2월 28일)을 열며, 그 시정의 근원을 탐색한다. 전시회 제목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에서 알 수 있듯 세 가지 테마 아래 대표작 50여 점을 선보인다.

장욱진은 스스로 그림과 술밖에 몰랐다고 했으나, 가족을 끔찍이 사랑했다. 식구들이 한 집에 모여 있는 시간을 귀중히 여겼고, 그 모습을 그린 그림을 다양하게 남겼다. ‘가족도’ ‘가족’ 등 제목에서 직접 알 수 있는 작품 이외에도 아버지-어머니-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많다.

장욱진은 생전에 결혼기념일이 있는 4월과 부인 생일이 있는 9월에 개인전을 열었다. 이는 서울대 미대 교수직을 버리고 그림에만 몰두하는 남편을 이해하고 뒷바라지해 준 아내에 대한 애정 표현이었다. 역사학자 이병도의 맏딸인 그의 아내 이순경은 책방을 운영해 생계를 꾸리며 6명의 자녀를 키웠다고 한다.

장욱진은 가족을 지키는 안식처인 집을 그림에 자주 등장시켰다. 이 집들은 덕소, 명륜동, 수안보, 신갈 등에 있었던 그의 작업실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1969년 작 ‘앞뜰’에는 주말에 방문하는 아내를 위해 덕소 화실에 추가로 지은 한옥이 묘사돼 있다. 1986년 작 ‘아침’의 집은 수안보의 시골집을 닮았으며, 1990년 작 ‘밤과 노인’은 만년을 보낸 신갈 화실의 모습이다.

장욱진의 그림에서 자연은 목가적 정취로 가득하다.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평화의 장소며, 세속을 초월하는 도가(道家) 세계를 품고 있다. 자연은 그에게 현실의 압박을 벗어날 수 있는 넉넉한 품을 제공했다. 그는 6·25 전쟁 때 서울을 점령한 북한군으로부터 김일성 초상화를 그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추상화가라서 얼굴을 잘 그리지 못한다는 핑계로 넥타이만 맡아 그렸으나, 현실의 극악함을 깨닫는 계기였다. 천성이 여린 그는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이상향으로 자연을 찾았고, 그 속에서 자유와 해학을 꿈꿨다. 장욱진 20주기에 이어 30주기 전시를 준비한 현대화랑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사는 모든 관람객이 가족과 집의 소중함을 새기고 자연 속에서 동화적 세계를 다시 상상하는 특별한 시간을 누렸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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