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문제를 날카롭게.."사랑, 학교, 난민, 여성, 남북 문제가 무대로"

2021. 1. 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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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산실 올해의신작'..현대사회를 비추는 연극 5편
사랑을 바라보는 12가지 관점 '에볼루션 오브 러브'
여성 서사로 그려진 신화 '달걀의 일'
대학교를 배경으로 퇴색된 지식인의 세태를 고발하는 '누란누란'
남파 간첩과 전직 안기부 요원 '깐느로 가는 길'
'난민'을 주제로 공동체와 사회의 의미를 고찰하는 '고역'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사랑, 학교, 난민, 여성, 남북 문제에 이르기까지 지금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적 서사와 고민들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익숙하지만 날카롭게 바라본 현안들을 통해 동시대의 이야기를 전하는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8일부터 다음 달 중순까지 대학로예술극장·아르코예술극장 등에서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연극 ‘에볼루션 오브 러브’ ‘달걀의 일’ ‘누란누란’ ‘깐느로 가는 길’ ‘고역’ 등 5편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연극 ‘에볼루션 오브 러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황금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과장은 최근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동시대의 고민을 바탕에 두고 인간사를 골고루 담아낸 작품을 지원하겠다는 큰 원칙을 갖고 심사했다”고 설명했다.

2020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연극 부문 첫 번째 작품은 극단 김장하는날의 ‘에볼루션 오브 러브’다. 인간의 사랑에 대해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철학적, 생물학적, 심리학적 등 다각도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종국엔 사회를 비추어보고 담론을 형성하는 ‘본격교양연극’을 표방한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각각의 주제를 띄며, 해설자가 극 전반을 이끌어나가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영은 연출은 “사랑이 학습인지 본능인지 궁금했는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차별·편견·폭력에 맞서 ‘진화 의지’를 지녀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8일부터 17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달걀의 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창작집단 푸른수염은 9일부터 1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달걀의 일’을 선보인다. 남성 중심으로 쓰인 신화와 영웅의 이야기에서 탈피해 여성을 서사의 중심에 놓고 써내려간 현대판 신화물로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알린다.

경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작품은 여성 고고학자와 할머니, 남성, 폭력, 유물, 전설, 신라시대 ‘향가’를 한데 다룸으로써 전통적인 소재 속 새로운 리듬과 선율을 발견하는 독창적인 시도다. 또한, 이로써 굳어진‘기존의 것’에 균열을 내고, 틈을 벌려 여성의 이야기가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대지를 다지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는 관객들이 점차 여성 서사를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봤다.

이 작품을 연출한 안정민 대표는 여성 서사 작품에 대해 “이전에는 사회에서 약자로 몰아 세워진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고발적 관점이었다면 점차 여성이 원하는 세상, 여성의 목소리, 피해자를 피해자로 바라보는 것을 떠나서 세상의 구조를 재배치하는 시도로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걀의 일’에서도 아픈 기억을 객관화해 발굴하고, 여성의 역할과 피해자의 역할을 부여 받는 것을 넘어서고자 했다”면서 “여성 서사가 사회에서 건드리는 방식이 고발과 사실 폭로였다면, 점차적으로 새로운 여성의 입지와 새로운 여성의 입지를 상상해내어 침범하는 극장의 언어로 바고 있다”고 바라봤다.

‘누란누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극단 산수유의 ‘누란누란’은 대학교수와 지식인들의 사회에 ‘구조조정’이라는 키워드를 던져 수면 아래 가라앉아있던 대학의 이면을 살피고 ‘권위’와 ‘명예’ 뒤에 가려진 민낯을 적나라하게 해부한다. 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대학을 배경으로 하며,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이 당면한 상황 속에서 위기를 절감하면서도 대응력을 상실한 다양한 인물들의 단면을 ‘누란지세’에 빗대어 바라본다. 22일부터 3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계속된다.

‘깐느로 가는 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깐느로 가는 길’은 남파 간첩과 전직 안기부 요원의 ‘영화 제작 프로젝트’다. IMF, 김정일의 등장, 소련의 해체 등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 휩쓸리며 공산주의의 몰락을 경험한 인물과 군사정권의 몰락을 겪은 인물을 통해 정권의 유지와 영속을 위해 설계된 이념이 개인의 정체성에 얼만큼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미치는지 보여주고, 이념과 실존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이 과연 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최원종 연출은 “이념의 공백, 상처과 보듬고 치유하는 영화”라고 했다. 22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고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공연연구소 탐구생활의 ‘고역’은 난민을 주제로 한다. 2018년 여름, 예멘 난민 500여 명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던 상황을 다룬다. ‘공생’과 ‘배척’ 사이에서 한국사회가, 나아가 우리가 타인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태도와 자세를 살핀다. 2월 19일부터 28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2020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연극 중 ‘달걀의 일’(1월 15일), ‘깐느로 가는 길’(1월 22일), ‘고역’(2월 23일)은 네이버TV를 통한 온라인 생중계로도 만날 수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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