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어른들이 죄짓고 아이 이름 법 만들고..부끄러움 언제까지?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 김용균법, 윤창호법, 민식이법, 해인이법, 하준이법, 태호·유찬이법, 정인이법…
갓 사회에 나온 사회 초년생이나 어린 아이들이 사회 안전망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숨을 거둔 뒤 그들의 이름을 따서 나온 법안이다.
법안에 희생자의 이름이 붙여지는 건 더이상 이들과 비슷한 이유로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러한 법안들은 실제 시행되면 더이상 관련 사망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착각'과 '현실'은 큰 괴리가 있다. 김용균법으로 불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죽음은 멈추지 않았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씨는 개정안을 두고 "용균이를 못 살리는 법인데 이름이 붙는 건 용균이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정인이가 사망한 이후 국회에 관련 법안들이 우후죽순 등장해 '정인이법'이라고 통칭되지만, 역시나 이런 법들로 '제2의 정인이'를 막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 기준을 높인다거나 아동학대 조사 기능을 높이는 등 40여개에 달하는 아동학대 관련 법안들은 8일인 이날 본회의에서 일부 통과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많은 법안을 오늘(작성 시점상 6일) 소위 심사하고 이틀 뒤 본회의 통과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여론 잠재우기식, 무더기 입법으로 현장 혼란을 극심하게 하지 말아달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은 어려운데 전문성을 키울 새 없이 법과 정책을 마구 바꾼 뒤 일 터지면 책임지라는데 누가 버티는가"라고 현장의 어려움을 얘기했다.
실제 아동학대 문제는 경찰의 낮은 아동학대 인식 수준, 전담 공무원 인원 및 권한 부족, 쉼터 부족, 가해자 처벌 미비 등 수많은 문제가 구조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쉽게 해결될만한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면, 현장에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들은 조사하고 싶어도 부모가 불응하면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권한을 높여주기 위해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어찌 보면 경찰에서 공무원으로 수사 권력이 이동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쉽사리 적용되기는 어렵다.
학대예방경찰관(APO)이나 일선 경찰관이 정인이를 원가정 분리하지 않아 국민의 엄청난 질타를 받고 있지만, 구조적 문제도 분명 있다.
만 0~9세 아동에 해당하는 전국 약 397만명을 지난해 10월 기준 APO 수인 628명으로 나눠보면, APO 한 명당 6300여 명의 아동을 담당한다. 아이 한 명 한 명을 유심히 볼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APO 일을 하면 승진에서 멀어진다는 얘기도 들리는 상황이다.
또한, 일선 경찰관이 부모의 반대에도 원가정 분리 절차를 진행하면, 부모들의 반발이나 법적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 몇 개로 해결되기를 기대해서는 안 되기에 법이 통과돼도 해결됐다는 '착각'을 가져서도 안 된다.
그래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관련 문제점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법의 빈틈을 메꾸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다.
김용균법, 윤창호법, 민식이법, 해인이법, 하준이법, 태호·유찬이법이 통과되는 과정 속에는 자식을 지키지 못한 부모들의 노력과 슬픔이 있었다. 김미숙씨는 여전히 아들과 같은 죽음을 꼭 막아야 한다며 단식 투쟁을 하면서까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를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제2의 정인이'를 막기 위해 싸워줄 '부모'는 없다. 부모는 오히려 정인이를 학대한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정인이법이 졸속으로 통과되더라도 학대가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정치권을 압박해야 하는 사람들은 정인이의 죽음에 슬퍼하는 국민 모두가 돼야만 하는 이유다.
더이상 어른들이 잘못하고 아이들 이름으로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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