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차인표'의 차인표 "내 이름 석자가 뭐 그리 대단한가 싶었죠"

고경석 2021. 1.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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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차인표'의 차인표. 넷플릭스 제공

“제목부터 ‘차인표’라 부담이 됐죠. 영화에서도 실제 차인표라는 배우가 희화화되잖아요. 그러다 ‘내 이름 석자가 뭐 그리 대단해서 작품 출연까지 고민할 정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죠. 차인표라는 이름으로 붙잡고 싶고, 얻고 싶은 게 뭐기에 주저하는 걸까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차인표’는 배우 차인표(54)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코미디 영화다. 실명으로 등장하는 배우 차인표가 나체 상태에서 무너진 건축물 더미 아래에 깔린 채 자신의 성실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치는 내용을 그린다. ‘뭘 저렇게까지’ 할 정도로 기존의 차인표 이미지를 ‘웃프게’ 무너뜨린다.

애초부터 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어 출연한 건 아니다. 7일 온라인으로 만난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은 건 2015년이었는데 그때는 영화 속 설정과 달리 하는 일도 많았고 출연 제의도 많아서 실제의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차인표는 자신이 맡기로 했던 배역까지 다른 배우에게 뺏기는 ‘한물간 왕년의 스타’ 신세인데, 2019년이 되자 실제 차인표와 영화 속 차인표 사이에 접점이 생겼다. "정체기가 왔어요. 연기를 하고 싶은데 들어오는 작품은 없고, 실제로 섭외가 됐던 작품이 나만 빠진 채 진행되는 일도 벌어졌죠. 그러다 다시 제안을 받고 받아들여야겠다 생각했어요. 고정된 내 이미지를 깨고 색다른 도전을 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영화 '차인표' 중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영화는 애완견과 산책 중 실수로 흙탕물을 뒤집어 쓴 배우 차인표가 인근 학교의 텅빈 체육관 샤워실에서 몸을 씻다 건물이 붕괴돼 그 아래 깔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무도 모르게 그곳을 벗어나고자 하는 차인표와 그 누구도 모르게 그를 구출해야 하는 매니저(조달환) 사이에 건물 관리자 김주사(송재룡), 교장(박영규) 등이 끼어들면서 구조 작전은 점점 꼬여간다.

영화 속 차인표는 실제와 허구가 혼합된 캐릭터다. 극 중 차인표는 샤워하면서도 손가락을 흔들며 왕년의 인기에 젖어 살지만, 실제 차인표는 “찍으면서도 민망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봐도 여전히 민망했다”며 멋쩍어했다.

‘차인표’는 2008년 ‘크로싱’ 이후 그가 13년 만에 주연을 맡은 영화다.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동안 대중의 기호와 기대에 부응하도록 스스로 통제하고 조련하며 기다리다 발전하지 못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저 재미난 작품을 계속 하고 싶고 연기를 계속 하고 싶을 뿐이지 인기에 연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죠.”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차인표에 대한 관객의 호감도는 높아졌다. 과거의 팬이 돌아왔고, 그를 잘 모르던 젊은 층도 하나둘 팬이 됐다. 그는 “옛 팬들이 ‘오래 기다렸다’는 연락을 해올 때 좀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로 ‘벼락스타’가 된 차인표에게 이 작품은 평생 넘어야 할 벽이었다. 그는 “일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행운을 잘 누린 대가로 그 이미지가 20여년간 남아 제 삶을 구속하기도 했다”며 “이제 '차인표'를 기점으로 과거 행운의 이미지는 잊고 좀 더 자유로운 영혼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기자로서 부족함을 느끼며 끊임없이 고민한다는 그는 영화감독 송일곤과 함께 영화와 드라마 창작을 위한 공부도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송 감독과 창작한 작품을 제작해 보고픈 생각도 있다. 그러나 역시 그의 본업은 연기다. “배우가 제 직업인데 그렇게 잘하진 못하는 거 같아요. 갈 길이 멀죠. 제 경쟁자는 어제의 저입니다. 어제의 저보다 좀 더 행복하고 감사할 줄 알고 연기의 스펙트럼도 넓어지는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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