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포스트 팬데믹]③ 알렉스 수정김 방 "가치관·문화 공유가 원격근무 성패 가른다"

이용성 국제부장 2021. 1. 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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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로 직원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서 일하더라도 가치관과 문화, 목표의식을 공유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단순히 근무 시간에 자리를 지키는 것 보다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업무와 일상의 맺고 끊음을 분명히 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알렉스 수정김 방. /스트래터지 앤드 레스트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은 기업의 업무 형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원격·재택근무의 확산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9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국내 상위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88.4%가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었을 만큼 원격·재택근무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일상을 파고들었다. ‘줌(Zoom)’과 ‘구글 미트(Google Meet)'로 대표되는 화상회의 솔루션의 대중화도 이런 흐름에 한몫 했다.

반응은 업종별로 갈린다. 팬데믹 이전부터 ‘비대면 업무'에 익숙했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높은 반면 전통적으로 고객 응대가 중요한 금융업의 경우 업무 효율과 생산성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원격·재택근무 확산으로 불필요하거나 비생산적인 업무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어린 직원들이 선배나 동료와의 밀접한 교류를 통해 ‘배울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의견도 많다.

미국 실리콘밸리 컨설팅기업 스트래터지 앤드 레스트(Strategy and Rest)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알렉스 수정김 방(Alex Soojung-Kim Pang)은 코로나19가 잦아든다 해도 팬데믹 장기화로 대면 접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만큼 원격·재택근무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일상적인 근무 형태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계 미국 이민 2세인 방 대표(‘수정김'의 ‘김'은 조모의 성이라고 했다)는 ‘일의 미래'에 관해서는 세계 최고의 전문가 중 하나로 꼽히는 ‘미래학자'이기도 하다. 지난 여름 국내에서도 출간된 ‘쇼터: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시대가 온다(더퀘스트)’의 저자로도 널리 알려졌다.

아이비리그 명문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과학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마이크로소프트(MS) 연구원과 스탠퍼드대와 옥스포드대의 객원 연구원,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싱크탱크인 스트래티직 비즈니스 인사이트의 선임 컨설턴트 등을 역임했다. 2013년 스트래터지 앤드 레스트(우리말로 ‘전략과 휴식’)를 창업해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여주는 ‘휴식의 힘'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돕고 있다. 방 대표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기는 더 어려워질 것 같다. 팬데믹이 시작된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언제 끝날지 여전히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봄까지만해도 비교적 확산을 잘 막았던 나라들 조차 확진자 급증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변종 바이러스까지 속출하고 있다. 백신 출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올해 안에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코로나19 이후에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직장생활은 이전과 얼마나 달라질까.
"복합적인(하이브리드·hybrid) 근무형태가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큰 건물 하나에 본사를 두고 운영하는 것보다 여러 개의 작은 건물로 쪼개서 지역별로 운영하는 게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데 적합할 수밖에 없다. 큰 건물은 언제고 바이러스를 대거 확산시키는 ‘슈퍼전파지(super spreader)'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는 직원들이 모여서 함께 일할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작은 사무실을 여러개 두고 각각 협업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조성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재택근무와 원격근무가 일상적인 근무형태가 됐다.
"점점 더 그렇게 되고 있다. 아마 올해 많은 기업들이 가상공간에서 업무를 효과적으로 척척 수행하는 직원들을 보고 깜짝 놀랐을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원격근무와 재택근무는 일상적인 근무형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회사로 출근하는 경우와 재택근무 하는 경우 차등 급여를 적용해 비용을 아끼려는 기업도 나오겠지만, 그런 시스템이 정착되긴 어려울 것 같다. 원격이나 재택근무를 적극 수용해 생산성을 높인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팬데믹 종료 이후에는 사무실 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다시 올라가지 않을까.
"재택근무가 가장 보편적인 근무 형태로 자리잡지는 못하더라도, 여전히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긴 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많은 기업들이 원격근무와 유연근무를 옵션으로 도입하거나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직원이 많지 않은 소프트웨어 기업이나 맞춤생산을 하는 럭셔리 제품 전문 기업들 중에는 100% 원격 근무로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근무 형태가 다른 산업 분야로도 확산될 것이다."

원격·재택근무 도입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족시켜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면.
"서로 멀리 떨어져서 일하더라도 직원들이 공통의 가치관과 문화, 목표의식을 공유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조직의 리더가 원격·재택 근무의 장점과 단점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단순히 근무 시간에 자리를 지키도록 하기 보다는 성과 관리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업무와 일상의 맺고 끊음을 분명히 하도록 독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이동제한 조치와 자녀들의 화상수업, 노부모 부양 등 직원들의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 요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도 필요하다. 업무의 생산성을 ‘극대화'한다고 하면 직원들을 쥐어짜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생산성은 쥐어짠다고 올라가는 게 아니다.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도 생산성을 올릴 수 있다. 지금처럼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재택근무를 하는 이들에게 자주 듣는 불만 중 하나는 업무와 일상의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것이다.
"출퇴근을 할 경우 직장을 오가며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출퇴근 행위’에는 업무와 일상을 확연히 구분해주는 순기능도 있다. 그런데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출퇴근은 기껏해야 소파의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으로 옮겨 앉는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업무와 일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면 직원들의 업무와 직장에 대한 인식도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재택근무 시 출퇴근 행위를 대신해 업무의 시작과 끝에 대한 분명한 신호를 주는 의례적인 행위(ritual) 같은 걸 도입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화상회의를 위한 조언 부탁한다.
"회의의 안건을 사전에 공유하고 진행 방식을 세밀하게 디자인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꼭 필요한 인원만 회의에 참석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사전에 공지한 안건과 시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참석자 중 하나가 회의록을 작성해 공유하는 것도 간결하고 효과적인 화상회의를 돕는 습관 중 하나다."

집에서 화상회의에 참여하는 경우도 늘었다. 조명이나 장비 등도 어느 정도는 신경 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촬영 장비에 큰 돈을 쏟아부을 필요는 없겠지만, 오래된 웹캠을 HD나 4K(풀HD급 보다 4배 더 정밀한 고해상도)로 교체하는 정도의 투자는 화상회의 시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잘 보이는 것' 보다 ‘잘 들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화질은 좀 떨어져도 회의 진행에 큰 지장이 없지만, 음질이 떨어지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헤드셋을 사용할 경우 무선(블루투스) 제품 보다는 유선 제품이 성능 면에서 훨씬 안정적이라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원격·재택근무 확산으로 사무실 위치도 예전보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사무공간 선택과 운영을 위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원칙이 있다면.
"근무 지역에 따라 급여에 차등을 두는 식으로 ‘계층’을 구분짓는 접근법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도시와 농촌 근무자의 처우에 차이를 두는 식인데, 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겠지만, (차별대우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고 인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비용 증가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화상회의 솔루션으로 원격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트위터 캡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non-contact)’ 트렌드 확산이 기업들의 신기술 도입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업들의 기술 활용에 큰 영향을 미친 건 맞지만 신기술과는 큰 관련이 없다. 그보다는 이미 사용되던 기술을 더 널리 사용되도록 도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기존 기술의 개선을 촉진하는 역할도 일정부분 했다. 개인적으로 요즘 화상으로 진행되는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일이 잦아졌다. 조금이라도 더 호감을 주고 싶어서 웹캠과 조명에 투자도 했지만, ‘신기술'이라고 불릴 만한 영역은 아니다."

가상·증강현실(VR·AR)은 어떨까. 관광과 부동산 등 관심이 큰 산업 분야들이 있는 것 같은데.
"가상·증강현실은 ‘미래의 기술'이고 영원히 그렇게 남을 것이다. 제대로 체험하려면 헤드셋을 끼고 작은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해야 하는데, 장시간 사용하면 눈이 뻐근하다. 매일같이 사용하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분야도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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