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눈 내린 밤/이동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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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내리는 눈은 오랜만이다.
빨강, 초록의 신호등 불빛이 눈발에 섞여 거리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초저녁 거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눈 내리는 모습은 겨울밤의 정취를 한껏 깊게 했다.
눈 내리는 겨울 밤의 서로 다른 도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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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펑펑 내리는 눈은 오랜만이다.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없다. 금세 집 옆 도로와 아파트 단지가 순백으로 변했다. 빨강, 초록의 신호등 불빛이 눈발에 섞여 거리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눈은 이유 모를 설렘과 아련한 추억을 줬다. 초저녁 거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눈 내리는 모습은 겨울밤의 정취를 한껏 깊게 했다.
힘든 시기라서인지 몰라도 눈 내리는 모습에 시민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창문 너머에는 눈길을 즐기는 이웃들도 보였고 큰 뉴스라도 되는 듯 소셜미디어는 눈 소식들로 분주했다. 퇴근길 시민은 제설이 안 돼 발을 동동 굴렀고, 행정 당국에는 항의성 전화도 빗발쳤다고 한다. 눈 내리는 겨울 밤의 서로 다른 도시 풍경이다. 자유롭지 못한 일상이 빚어낸 모습은 아닐까?
불현듯 찾아온 눈발이 시민들을 당혹스럽게도 했지만 잠시나마 설렘도 선물했다. 겨울에만 맛보는 낭만이자 불편 아닌가.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사람이 사는 마을/가장 낮은 곳으로/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우리가 눈발이라면/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편지가 되고/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새살이 되자.”(안도현의 ‘우리가 눈발이라면’ 중에서)”
yidongg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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