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 포인트]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칸, '용달' 벗고 '스포츠' 입었다..렉스턴의 변신은 무죄

최기성 2021. 1. 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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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칸 가진 전천후 SUV 재탄생
적재용량 높여 차박에 최적화
파르테논서 영감 받은 디자인
긴급제동 등 사고예방도 확실
승차감 딱딱하고 주차 어려워
차생역전(車生逆轉)이다. 인생역전만큼 드라마틱하다. 주인공은 픽업트럭(이하 픽업)이다.

픽업은 불과 2010년 초반까지 국내에선 '짐차' 취급을 받았다. 지금은 '통 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넘어 다재다능한 '만능 SUV'로 신분 상승했다.

차종도 다양해졌다. 고고했던 수입차 브랜드도 내놨다.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칸에 이어 2019년엔 픽업 본고장 미국 출신인 쉐보레 콜로라도, 지난해엔 지프 글래디에이터도 출시됐다. 시장 규모도 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픽업 시장 규모는 2017년 2만2912대에서 2019년엔 4만2021대로 커졌다. 2년 전보다 83.4% 증가했다.

올해는 픽업트럭계의 벤츠 격인 포드가 레인저 랩터와 레인저 와일드트랙을 가져온다. '픽업 전성시대'가 본격 개막한다. 모두 쌍용차 덕분이다. 쌍용차는 2002년 포니 픽업 이후 황무지가 된 국내 픽업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시장을 새로 개척했다.

픽업 이미지도 개선했다. 화물차·용달차 느낌을 물씬 풍기는 픽업 대신 '스포츠'를 붙였다. 스포츠유틸리티트럭(SUT), 레저유틸리티차량(LUV)으로 홍보했다. 더 나아가 렉스턴 스포츠를 '오픈형 렉스턴'으로 정의했다. 오픈형 데크(짐칸)를 가진 전천후 SUV라는 뜻이다. 그동안 간접 경쟁상대였던 SUV와 이제는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이름만 바꾼 게 아니다. SUV와 경쟁하기 위해 SUV의 장점인 실용성을 강조하고 승차감과 편의성도 향상했다. 쌍용차가 고군분투하며 황무지를 옥토로 만든 픽업 시장에 수입차 브랜드가 숟가락을 얹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 외려 반갑다.

쌍용차 입장에선 악재다.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위기에 한 대라도 더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악재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 쌍용차 픽업 전체 판매대수는 3만306대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8.5% 감소했다. 감소분 대부분은 쉐보레 콜로라도가 가져갔다. 같은 기간 판매대수는 5049대다. 전년보다 291.7% 증가했다.

쌍용차 20년 내공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지난해에도 막강한 경쟁상대로 여겨지는 콜로라도보다 6배가량 많이 팔렸다. 픽업 라인업을 2종으로 확대한 것도 경쟁력을 높였다. 렉스턴 스포츠 후발 주자로 적재능력을 더 향상한 렉스턴 스포츠칸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쌍용차 픽업 판매대수 10대 중 4대가량을 담당했다. 지난해 12월 판매대수는 렉스턴 스포츠칸이 1008대, 렉스턴 스포츠가 1381대다.

렉스턴 스포츠칸은 동생이지만 크기나 이미지에서는 형 역할을 담당한다. 형보다 나은 아우다. 전장×전폭×전고는 5405×1950×1855㎜다. 렉스턴 스포츠보다 310㎜ 길고 15㎜ 높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3210㎜로 110㎜ 길다. 전장이 길어진 이유는 적재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화물을 싣는 데크는 가로×세로×높이가 1570×1610×570㎜다. 렉스턴 스포츠는 1570×1300×570㎜다.

데크 적재용량은 1262ℓ로 렉스턴 스포츠(1011ℓ)보다 24.8% 증가했다. 테일 게이트를 열면 적재능력은 더욱 향상된다. 대형 SUV보다 차박(차+숙박)이나 캠핑에 더 적합하다. 몽골제국의 정복군주 '칭기즈칸'처럼 군주라는 의미의 '칸'을 차명에 쓴 이유다. 칸은 우리말로 '공간'이라는 뜻도 있다. 렉스턴 스포츠칸은 '칸(공간)의 황제'인 셈이다.

디자인도 '칸' 호칭에 걸맞게 다듬었다. 수직 기둥 형태 라디에이터그릴은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신전에서 영감을 받았다. 시트도 고급 내파가죽 소재로 만들었다. 1·2열 시트에는 모두 열선을 적용했다. 1열 시트는 통풍 기능도 갖췄다. 9.2인치 HD스크린은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미러링 서비스와 연동된다. 긴급제동 보조, 차선이탈 경보, 전방추돌 경보, 후측방 경고, 사각지대 감지 등 사고 예방 시스템도 갖췄다.

스티어링휠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고 적당한 무게감으로 움직인다. 변속도 매끄럽다. 저·중속 구간 소음은 적다. 엔진룸 방음 성능을 향상시킨 효과다. 8개의 보디마운트, 직물 타입 휠하우스 커버 등을 통해 노면소음도 줄였다. 휠베이스가 길어져 직진 안정성도 우수하다.

주행성능은 부족하다. 덩치를 키워 아웃도어용이나 온·오프로드 겸용에 초점을 맞춰서다. 승차감도 아쉽다. 딱딱한 편이다.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요철이 심한 도로를 고속으로 달릴 때 차체 진동이 경쟁차종인 대형 SUV보다 좀 더 심한 편이다. 덩치가 커 주차 난도 겪어야 한다.

가격 경쟁력은 뛰어나다. 수입 픽업이나 대형 SUV가 범접할 수 없는 2000만원대다. 2795만원부터 시작한다. 자동차 세금도 저렴하다. 연간 2만8500원에 불과하다. 잔존가치도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중고차로 팔 때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 엔카닷컴이 산정한 2019~2020년식 잔존가치는 83.8~89.4%다.

[최기성 디지털뉴스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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