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샤워할 땐 누구나..유재윤 'pm10:30 퇴근 후 샤워하는 미영씨'

오현주 2021. 1. 8.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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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기와 씨름을 하는 이 여인은 '미영씨'다.

긴 머리를 엉키게 만든 물 탓인지, 아니면 샤워기가 작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인지 미영씨의 얼굴빛이 좋지 않다.

심통이 난 듯도 하다.

혹여 늘 우리가 샤워할 때에 그랬듯, 오늘 있었던 '열 받는' 일이라도 떠올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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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작
펠트 인형으로 그림 그리고 조각 해
분신에 성격 넣고 스토리 심는 작업
누군가를 빚는 일로 세상에 말 걸어
유재윤 ‘pm10:30 퇴근 후 샤워하는 미영씨’(사진=도잉아트)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샤워기와 씨름을 하는 이 여인은 ‘미영씨’다. 긴 머리를 엉키게 만든 물 탓인지, 아니면 샤워기가 작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인지 미영씨의 얼굴빛이 좋지 않다. 심통이 난 듯도 하다. 혹여 늘 우리가 샤워할 때에 그랬듯, 오늘 있었던 ‘열 받는’ 일이라도 떠올린 걸까.

맞다. 그런가 보다. 작품명이 증명한다. ‘pm10:30 퇴근 후 샤워하는 미영씨’(2020)다. 작가 유재윤(32)은 ‘아트토이’를 한다. 펠트 인형으로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면서 세상에 말을 건다. 천을 오리고 솜을 넣고 한땀 한땀 바느질로 마감을 한 뒤 납짝하지만 도톰하게 누군가를 ‘빚는’ 일이다.

갑자기 뚝 떨어진 아트토이는 아니다. 갑작스럽게 그것도 연달아 찾아온 부모님의 병환으로 24시간 병상을 지키던 작가의 ‘살 길’이기도 했단다. 작가로서 자신을 잃어갈 즈음 병상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작품세계를 구축한 건데. 이상한 외모일지언정 “성격을 넣어주고 스토리를 심어 누군가와 같은 인형을 만들고 싶었다”는 거다.

비록 찌그러지고 엉켰으면 어떠랴. 작가가 분신이라 한 인형들 덕에 세상은 잠시 즐겁다.

1월 16일까지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325길 도잉아트서 갑빠오·이지은·이미주와 여는 기획전 ‘각자도생’에서 볼 수 있다. ‘나’만의 행복이 모여 결국 ‘우리’의 행복을 기대하자는 콘셉트란다. 혼합재료. 82×260㎝. 작가 소장. 도잉아트 제공.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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