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동학 한복 운동

윤소정 가천대학교 강사(패션디자인) 2021. 1. 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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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한복을 입은 모습이 세계인의 이목을 끌면서 한복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런 인기에 중국에서는 한국이 중국의 전통을 도둑질하고 있다는 이른바 문화공정이 한창이다.

지난 11월에는 중국 게임 회사가 국내에 스타일링 게임 ‘샤이닝니키’를 출시하면서 한복 아이템을 ‘한국 의상’으로 분류했다고 중국 네티즌의 거센 항의를 받고선 결국 국내 서비스를 중단한 일이 있었다.

며칠 전에도 한 영상이 포털 사이트에서 종일 화제가 됐다. 한 연말 시상식에서 훈민정음 문양이 그려진 의상을 입고 나온 마마무에게 중국의 네티즌이 “우리 전통”이라 주장했고, 다시 한국의 디자이너가 “세종대왕도 중국인이냐”고 반박한 것이다. 마마무 의상엔 훈민정음이 적혀 있었고 한복 저고리, 바지에 오히려 서양 재킷을 결합한 디자인이었는데 왜 이 옷이 중국의 전통으로 보였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중국의 ‘문화공정’이 과열된 탓이다.

중국 네티즌들의 주장이 점점 과격해지면서, 국내 네티즌들도 ‘동학 한복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복챌린지’가 대표적이다. 해외에서도 많이 보는 일러스트레이터나 웹툰을 그리는 작가들이 언제부터인가 트위터에 ‘#Korean_hanbok_challenge’, ‘#hanbok_is not_hanfu’ 같은 해시태그와 함께 한복 입은 캐릭터를 직접 그려 올린다. 그림 그리는 것에 서툰 네티즌들은 게임 캐릭터에 한복을 입힌 모습을 공유하기도 한다. 게임 캐릭터 의상이 도화선이 돼 한국 네티즌들도 심각한 역사 자료를 찾아 올리는 대신 한복을 재치 있게 그려 공유하고 있는데, 예컨대 조선 무관의 옷을 입은 아이언맨 캐릭터는 외국인들 눈에도 흥미롭게 보일 것 같다.

웹툰 작가들이 한복을 제대로 그리는 게 어렵지 않았을까 걱정도 되지만, 자기 나름대로 특징을 가진 한복 캐릭터를 그리면서 전통 한복의 배색과 장식을 공부한다고 자랑하는 모습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중국 네티즌들의 억지를 보면서 대중에게 한복의 의미와 숨은 매력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져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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