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공연 날짜만 네 번 고친 피아니스트

3월 취소, 9월 취소, 12월 또다시 취소. 피아니스트 김선욱(33)은 지난해 독주회 직전마다 코로나 바이러스 재확산으로 공연 취소를 거듭했다. 그때마다 감정적 여진(餘震)이 뒤따랐다고 했다. “처음엔 허탈하고, 다음엔 취소 직전까지 조마조마한 심경이다가, 마지막에는 모든 걸 그러려니 체념하게 되죠.”
지난해 국내외에서 그렇게 취소된 연주회만 30여 차례. 그는 “연주자는 경기장의 운동 선수와 닮았다. 무대에 꾸준하게 올라가면서 몸의 ‘부품’들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점검하고 감정을 충전한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했다. 막상 무대가 사라지니 정체성의 혼란이 생겼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뒤이었고, 나중에는 경제적 타격이 찾아왔다. 김선욱은 “연주자는 모두 ‘평소의 나’와 ‘무대 위의 나’라는 두 가지 자아를 지니고 사는데 그중 하나가 사라진 셈”이라고 했다.
![[포스터]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z(210111)_저용량](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1/08/chosun/20210108030657467rrax.jpg)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32번 연주회는 그의 ‘독주회 4수(四修)’ 도전. 포스터의 공연 날짜만 네 번 바꿨다. 이번에도 관객 이동을 줄이기 위해 중간 휴식(인터미션)을 없앴고, 두 좌석 띄어 앉기를 적용한다. 공연계에서는 한 좌석 띄어 앉기를 ‘퐁당퐁당’, 두 좌석 띄어 앉기는 ‘퐁퐁당’이라고 부른다. 코로나가 빚어낸 슬픈 신조어인 셈. 그는 “연주 시작 직전의 장내 방송부터 끝난 뒤 박수 치고 인사하고 앙코르를 외치는 따스한 분위기까지 모두 연주회의 본질이라는 걸 역설적으로 코로나를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엔 연주 중 관객들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그리웠다”고 말했다.
12일에는 KBS교향악단과 협연으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직접 치면서 지휘한다. 19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3곡)도 연주한다. ‘밀린 음악 숙제’를 뒤늦게 몰아치듯이 해치우는 셈이다. 이번에 연주하는 베토벤과 브람스는 그의 연주 경력에서도 중요한 발판이 됐던 ‘수호성인’들이다. 영국의 명문 리즈 콩쿠르에서 18세에 우승할 당시에도 베토벤 소나타 32번이 연주곡이었다. 결선에서는 브람스 협주곡 1번을 쳤다.
이번 연주회의 마지막 곡으로도 32번 소나타를 배치했다. 그는 마지막 2악장에 이르면 “다장조의 지극히 단순한 주제에서 흰눈이나 흰건반의 순백색을 떠올린다”고 했다. 그는 “어렸을 적에는 작곡가가 악보에 적어 놓은 지시들을 그대로 따르는 것부터 힘들었다. 하지만 연주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표현의 폭이 커지고 자유로워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콘서트 4수생’의 말에서 흠씬 여유가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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