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렉시트’ 덮친 英… 쇼핑 1번지도 멈췄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1. 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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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로 유럽 주식거래 막혀 올 증시 개장일에 8兆 빠져나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다우닝가 총리 관저에서 코로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6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의 패션 중심지인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자리 잡은 3층짜리 대형 의류 매장 ‘톱숍.’ 1994년 이후 27년간 랜드마크 패션 매장으로 각광받았지만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 차례 이어진 봉쇄령의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매물로 나왔다. 톱숍에서 500 정도 걸어가니 243년 역사의 백화점 데베넘스에 폐업을 앞두고 세일에 들어갔다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붙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현지 언론들은 ‘영국의 쇼핑 1번지’가 유령이 나올법한 곳이 됐다고 보도했다.

영국이 새해 초부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휘청거리고 있다. 런던 주식시장에선 자금이 뭉텅이로 유럽 본토로 빠져나가고 있고, 전염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는 매일 5만명 이상 코로나 환자를 발생시키며 새해 초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영국의 경제적 타격은 전례 드문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연초부터 브렉시트 여파는 런던이 자랑하는 금융가를 강타했다. 작년 12월 31일 EU와 완전히 결별한 후 첫 증시 개장일이었던 지난 4일 약 60억유로(약 8조원)의 자금이 유럽으로 빠져나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작년까지는 런던증권거래소에서 EU 각 회원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거래할 수 있었지만 브렉시트로 더 이상 이런 거래를 할 수 없게 되자 막대한 자금이 런던을 탈출했다는 것이다.

6일 오후 2시(현지 시각) 영국 런던 대표 쇼핑 거리 리젠트 스트리트가 텅 비어있다. /이해인 특파원

자금 이탈은 예고된 악재였지만 현실화하자 ‘금융 허브’로서 런던의 위상이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미국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유럽의 투자 본거지를 작년 말 런던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미리 옮겼다. 영국 정부는 시간이 부족해 지난해 EU와 금융 서비스 부문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했으며, 오는 3월까지 협상을 끝낼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런던 금융시장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다가 유럽 본토의 일부 온라인 유통업체가 영국으로의 물품 배송을 잠정 중단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네덜란드 자전거 부품 업체, 벨기에 맥주 업체, 핀란드 아웃도어 의류 업체 등이 브렉시트로 세금 부과 방식이 달라지고 통관 절차가 복잡해지자 불만을 품고 영국 소비자들한테는 물건을 안 팔겠다고 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는 무서운 기세로 퍼지고 있다. 6일 영국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6만2322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상륙한 이후 가장 많은 하루 확진자다. 이날 사망자는 1041명으로 작년 4월 이후 8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영국에서는 지난 12월 29일 이후 9일 연속 하루 5만명 이상 확진자가 나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5일부터 3차 봉쇄령을 내려 코로나 사태를 진압하려 애쓰고 있다. 백신 접종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를 언제 진압할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런던에서 최근 양성 판정을 받은 코로나 환자 중 최대 80%가 변이 바이러스 피해자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벌써부터 올해 영국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충격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렌 시루 영국상공회의소 경제분석실장은 더타임스에 “3차 봉쇄령을 내린 건 올해 1분기 심각한 더블딥이 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더블딥이란 침체하던 경기가 다소 호전되는 듯하다가 다시 침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FT는 이코노미스트를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종합해 “영국이 다른 국가보다 경제 회복이 더딜 전망이고, 백신 출시에도 불구하고 2022년 3분기까지는 경제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충격을 줄이려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풀면서 재정도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현재 영국의 회계연도인 2020년 4월부터 1년 사이 재정 적자가 GDP(국내총생산)의 21%에 달해 2차 대전 이후 최고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3차 봉쇄령으로 영국에서는 원칙적으로 모두 재택근무를 해야 하며, 생활 필수품 구입이나 병원 방문 등이 아니라면 집에 머물러야 한다. 학교 수업은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개빈 윌리엄슨 교육부 장관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대입 자격 시험인 A레벨 시험을 올해도 치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 일선 학교에서 평소 각 학생의 성적을 고려해 등급을 매기고 이를 대학 입시에 반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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