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환자 간호사들 줄사표.. 연봉 3배 주는 정부 파견직으로

남지현 기자 2021. 1. 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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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줄사표, 원래 직장 떠나 정부 파견 코로나 일자리로 옮겨

경기도의 한 공공병원 코로나 병동에서 일하던 간호사 A(34)씨는 지난달 21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A씨가 사표를 낸 것은 ‘정부 파견 코로나 간호사’로 가기 위해서다. 그는 동료들에게 “어차피 똑같이 고생하는데 이왕이면 돈이라도 더 많이 받고 싶다”고 했다. 4년 차 간호사인 그가 하루 ‘8시간 3교대’로 일하며 매달 손에 쥔 돈은 세전 260만원이었다. 그러나 정부 파견 간호사로 옮겨간 강원도의 한 코로나 전담 병원에선 하루 39만원을 받고 있다. 일당 20만원에 각종 수당 10만원, 숙박비 9만원을 합한 돈이다. 숙박비를 빼고도, 한 달에 23일 일하면 약 700만원을 받는다. 이전에 받던 급여의 세 배 가까운 돈이다.

경기도 한 코로나 병동 간호사A씨의 수당 변화

방역 당국이 지난달부터 높은 수당을 내걸고 모집을 시작한 ‘코로나 파견 간호사’ 공고에 기존 코로나 병동 의료진이 속속 이탈하고 있다. 처우가 열악한 중소·공공병원에서 코로나 환자를 돌보던 이들이 A씨처럼 줄사표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달 10일부터 대한간호사협회를 통해 코로나 전담병원·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할 파견 간호사 모집을 시작했는데, 7일 현재 6256명의 간호사가 지원했다. 협회 관계자는 “지원자 가운데 28%인 1750여 명이 기존 의료기관에서 일하던 간호사들”이라며 “파견 간호사와의 수당 격차 때문에 기존 병원에서 인력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기존 의료진이 속속 이탈하면서, 일선 병원들은 극심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간호사 A씨가 일하던 병원 측은 “공무원 임금 체계를 적용받는 공공병원 특성상 초봉이 낮기 때문에 저연차 간호사들은 사실 남아있을 유인이 크지 않다”며 “정부는 계속 환자를 더 받으라고 해, 업무 강도는 점점 높아지는데 돈은 ‘파견 간호사’의 절반도 못 받으니 다들 박탈감이 크다”고 했다.

서울 한 중소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수간호사 C씨도 지난달에만 4개의 사직서를 받았다. 이 병원 간호사의 초봉은 4000만원 수준. 작년 8월부터 지급된 월 20만원의 ‘코로나 수당’을 더해도 의료진 일당은 하루 15만원꼴이다. C씨는 “원래 14명이 근무하던 응급실에서 4명이 빠지면 남은 사람들은 ‘오프(휴무)’도 없이 일해야 한다”며 “똑같이 고생해도 받는 돈이 2~3배 차이가 나는데 무슨 수로 붙잡겠느냐”고 했다.

자신을 ‘코로나 전담병원의 간호사’라고 밝힌 D씨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금전적 보상만을 위해 일하는 건 아니지만, 같은 업무를 하는데 우리는 병원에 딸린 소모품으로 취급되어 우리의 희생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회의감이 든다”는 글을 올렸다. 파견 간호사들 사이에선 “수당은 병원에 요구할 일이지, 왜 애꿎은 파견 간호사를 걸고넘어지느냐”는 말이 나온다.

이런 갈등이 벌어지는 것은 감염병 사태 때 ‘기존 병원 의료진’과 ‘정부 파견 의료진’의 수당 지급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존 의료진 수당은 병원이 준다. 반면 파견 간호사에겐,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국비와 지자체 예산으로 수당이 지원된다.

전문가들은 ‘정부 개입의 실패’라고 지적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간호사들의 임금·수당은 의료 수가에 따라 묶인 상황에서 높은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일자리로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며 “간호 인력 공급 자체를 늘리는 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급하게 사람만 갖다 쓰려고 수당만 높이니 일선 병원에서 이탈자가 나오는 시장 왜곡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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