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구 위기, 특단 대책 서둘러야
[경향신문]
2020년 12월31일 기준 한국 인구는 전년 대비 2만여명이 줄어든 5182만9023명으로, 사상 첫 감소를 기록했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데드 크로스’가 벌어진 것이다. 신년 벽두 우울하고 씁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지방에서 우려하고 있는 ‘농촌 소멸론’이 아닌, ‘대한민국 소멸론’이 문제가 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인구가 줄어들면 생산과 소비 등 경제 활력과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납세와 국방 등 국가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사망률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인구의 자연 감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출생률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여성가족부의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아이 돌보기 등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은 여전히 크다. 직장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2시간24분으로 남성보다 무려 1시간35분이나 더 많다. 일·가정의 양립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으나 여성들은 여전히 ‘독박 돌봄’에 허덕이고 있다.
역대 정부의 단발성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차제에 육아와 교육 여건을 과감히 개선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부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직장과 가정이 양립하고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직 등의 불안정 고용 문제를 해소하는 노동시장 개혁, 교육시스템 개혁 등 굵직한 사회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여성의 육아 독박 해소를 위해 남성 육아휴직 지원을 강화하고,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의 취원율을 높이는 등의 저출산 지원대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다소 파격적이지만 1명을 출산하면 육아와 교육을, 2명 이상 출산하면 육아와 교육뿐만 아니라 주택까지 국가가 해결하는 등의 특단의 대책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와 함께 다문화가정을 보다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미국이나 독일처럼 고급 인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외국인 이민정책도 검토해볼 일이다. ‘사유리 현상’에서 보듯 비혼 출산과 새로운 가족 유형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도 전향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박근종 서울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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