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출귀몰 금은방 털이, 잡고보니 현직 경찰관
지난달 18일 새벽 4시쯤 광주 남구 주월동 한 금은방이 털렸다. 등산복 차림에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범인은 쇠지렛대로 잠금장치를 부수고 진열대 유리를 깬 뒤 금반지와 금목걸이, 진주목걸이 등 귀금속 2500만원어치를 가방에 쓸어 담고 1분 만에 빠져나갔다. 경보음이 울렸으나 사설 경비 업체가 도착하기 전에 유유히 사라졌다. 범행 장면은 내부 방범카메라(CCTV)에 고스란히 담겼으나, 얼굴을 가리고 있어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어려웠다. 범인은 번호판을 가린 차량을 타고 달아났다.
경찰은 신출귀몰한 범행 수법에 애를 먹었다. 동종 범죄 전과자로 용의자를 좁혔으나 수사망에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 전담 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범인 도주로로 예상되는 모든 구간의 방범카메라를 분석해 결국 용의 차량을 찾아냈다.
용의자를 잡은 경찰은 깜짝 놀랐다. 현직 경찰관이었기 때문이다. 피해 금은방에서 가까운 파출소 소속 A(47) 경위였다.
경찰은 범행 20일 만인 지난 6일 오후 10시 50분쯤 광주 한 대학병원에서 A경위를 특수절도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그는 병가를 내고 입원 중이었다. 경찰은 7일 “A경위가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며 “2500만원어치 피해품도 모두 회수했다”고 말했다.
수사와 형사 근무 경력이 없는 A경위는 20년째 주로 지구대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A경위는 도박을 하다 진 개인 채무가 2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경찰은 “빚을 갚을 목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하는 차원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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