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창문 깨고 난입하자 탕탕탕… 최루탄·비명 뒤덮인 美의사당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1. 1.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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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위대, 美의회 점거] 의사당 인근선 폭발물·화염병… 피로 물든 美 민주주의 심장

6일 오후(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점거한 미 의회 의사당 안에서 ‘쾅’ ‘쾅’ 하는 큰 소리가 간헐적으로 울려 퍼졌다. 의사당 내부로 진입한 시위대가 깨뜨린 유리창 안쪽에서 하얀 연기도 피어올랐다.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이 터트린 최루가스로 보였다. 의사당 안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서로 물건을 집어던지며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목격됐다. 대선 결과를 승인하는 미 의회의 합법적 의사 진행이 시위대의 난입으로 중단된 초유의 사태를 미 일간지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고 표현했다.

의사당 활보하는 시위대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 회의가 열린 6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사당 내부 돔 아래에 있는 원형 공간‘로툰다’를 활보하며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들이 들이닥치는 과정에서 4명이 숨졌다. 경찰은 13명을 체포하고 나머지를 건물 밖으로 밀어낸 뒤 오후 5시 40분쯤에야 의회의 통제를 되찾았다. /EPA 연합뉴스

의사당 외부에서 “유에스에이(USA!)” 구호를 외치던 시위 참가자들도 총성(銃聲) 같은 폭음이 들릴 때마다 움찔거렸다. ‘(선거) 도난을 멈추라(Stop the steal)’는 플래카드와 ‘트럼프 2020′ 깃발 등을 든 시위대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준비위원회가 오는 20일 취임식에 사용하기 위해 의회 앞에 설치한 계단식 구조물도 점거했다. 가족·친구끼리 참가한 사람들 사이로 철모⋅위장복⋅군화를 착용한 참가자들도 보였다. 퍼트리샤란 여성 참가자는 “우리는 선거를 도둑 맞았다고 느낀다”고 했다.

백악관과 의회 주변은 총기 소지가 금지돼 있지만, 워싱턴DC 경찰이 전날부터 불법적으로 총기를 소지한 혐의로 체포한 사람만 10명이 넘었다. 사법 당국은 이날 의사당 인근과 공화당전국위원회(RNC) 본부에서 각각 폭발물을 찾아내 해체했다. 의사당 경내에 주차된 차량에서 화염병이 든 냉장고도 적발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11시쯤 백악관 남쪽 공원인 ‘더 엘립스'에 집결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도보 30여분 거리에 있는 미 의회 의사당을 향해 행진했다. 의사당 밖에 몰려든 트럼프 지지자들은 의회 주변에서 경찰과 대치하기 시작했다. 시위 진압 장비로 무장한 경찰은 의회 건물 밖에서 시위대를 막아내려 했지만, 수적 열세 때문에 점점 밀렸다. 시위대는 의사당 벽을 타고 기어 올라 건물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의사당 난입 사건 상황

오후 2시 10분쯤 한 남성이 투명한 플라스틱 방패로 의회 건물 남쪽 1층의 창문을 깨고 안으로 들어갔고 여럿이 뒤를 따랐다. 2시 45분쯤엔 수십명이 건물에 난입했다. 이들은 “멈추라”는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경관 한 명이 자신에게 덤벼드는 남성을 향해 발포했고 총성과 비명 소리, 황급하게 도망치려는 사람들이 뒤섞여 대혼란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한 여성이 경찰의 총에 맞아 쓰러졌다. 사망한 여성은 예비역 공군이자 트럼프의 지지자였던 애슐리 바빗(35)으로 밝혀졌다. 워싱턴DC 경찰은 의회 난입 소동의 와중에 바빗을 포함해 총 4명이 숨졌으며, 나머지 3명은 ‘응급 의료 상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총기가 발사되자 의회 경찰 외에 비밀경호국과 주방위군 등이 투입돼 상·하원 의원과 기자단을 대피시켰다. 워싱턴포스트는 2001년 9·11 이후 마련된 ‘의회 대피 매뉴얼'이 실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이날 저녁 6시부터 7일 오전 7시까지 ‘통금’을 명령하고, 바이든의 취임 다음 날인 21일까지 보름간의 ‘공공 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총성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위대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하던 연단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사무실 의자 등에 앉아 ‘기념촬영’을 했다. 펠로시 사무실엔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낙서도 남겼다. 경찰은 13명을 체포하고 나머지를 건물 밖으로 밀어낸 뒤 오후 5시 40분쯤 의회의 통제권을 되찾았다. 이날 워싱턴DC에서는 통금 위반자를 포함해 총 52명이 체포됐고, 그중 26명이 의사당 내부 혹은 인근에서 체포됐다.

이날 시위를 공식적으로 조직한 것은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는 여성들’이란 친(親)트럼프 그룹이다. 백악관은 이 시위를 ‘트럼프를 위한 행진(March for Trump)’ ‘미국을 구하는 유세(Save America Rally)’라고 불렀다. 하지만 ‘프라우드 보이스' 등 미 전역의 극우 단체들이 가담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몇 주 전부터 “최대한 많은 무기로 무장하고 오라”는 글들이 게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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