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크자.. 실내체육시설 9인이하 교습 허용
정부가 8일부터 줄넘기교실, 축구교실 등 실내체육시설에서 학생을 9인 이하로 교습하는 걸 허용하기로 했다. 최근 자영업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가 다급히 수습책을 내놓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론 눈치만 보는 졸속 방역, 뒷북 행정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방역 수칙 근거는 과학이어야 하는데 형평성 논란에 수칙을 바꾼다는 건 결국 그간 방역 조치가 과학이 아닌 정치에 근거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헬스장·노래방도 영업 재개 가닥
7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8일부터 헬스장을 비롯해 검도장, 킥복식장, 축구교실, 골프연습장 등은 아동·학생을 대상으로 동 시간대 9인 이하로 교습이 가능하다. 정부는 17일부터 방역 수칙을 강화한다는 전제로 수도권 지역 헬스장, 노래방 등에 대해 영업 재개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국은 “형평성과 방역 수칙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책에 과학은 없고 책임 회피만 있다”고 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방역 수장이 일관된 방향을 제시하고 책임지겠단 약속을 해야 하는데, 그런 리더십이 없다보니 무책임한 뒷북 대책이 반복된다”고 했다.
◇”정부가 스스로 방역 기준 안 지켜”
이런 뒷북 대책은 정부가 스스로 제시한 방역 기준도 잘 지키지 않아 불신을 키운 게 근본 원인이란 지적이다. 정부는 작년 11월 ‘정밀 방역’을 내세우며 거리 두기를 다섯 단계로 재편했다. 하지만 스스로 만든 단계 상향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작년 11월 24일 1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가 전국 2단계 상향 기준인 300명을 넘었지만, 수도권만 2단계 조치를 내렸다. 지난달 15일엔 전국 3단계 상향 기준을 넘었지만 상향 없이 각종 세부 대책만 늘어놨다.
마상혁 부회장은 “정부가 방역 기준을 안 지키고 감염 예방을 제대로 못 했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그런데 국민과 자영업자들에게 영업 제한을 강요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 등을 부과하니 형평성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병상 확보 미리 대비” 조언도 무시
정부가 ‘정밀 방역’으로 전환하기 전 생활방역위원과 전문가들은 “일상 활동이 늘면 확진자와 중환자도 덩달아 늘 수밖에 없다”며 중환자 전담 병상을 미리 충분히 확보하라고 건의했다. 요양병원 등 감염 취약 시설 관리도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그러다 작년 말부터 중환자가 급증하자 뒤늦게 병상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병상이 없어 자택에서 대기하다 사망하는 일도 이어졌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병상이 80~90% 포화하면 사실상 100% 포화 상태로 봐야 하는데 단순히 숫자가 남으니 여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오판”이라고 했다.
요양병원도 인명 피해가 늘자 뒤늦게 긴급대응팀을 마련하는 등 뒷북 대응을 했다. 부산 A요양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요양병원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 후 교차 감염과 인력 부족으로 고생했다”며 “정부는 사태 발생 한 달 뒤에야 대책을 내놓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말한다”고 했다.
◇”이대로면 백신 접종 때 대혼란”
정부가 코로나 백신을 두고 “접종을 늦게 하는 게 안전하다”고 했다가 “최대한 빨리 접종하겠다”는 등 엇갈리는 발언으로 불신과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금도 구체적인 백신 접종 계획도 내놓지 않고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식약처는 작년 3월부터 코로나 백신 관련 보도 자료를 29건 냈는데, 이 중 지난달 4일까지 총 22건이 국내 백신 개발 관련 내용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초 당·정·청이 ‘외국 백신 확보’로 방향을 틀자 ‘화이자 백신 사전 검토 착수’를 시작으로 외국 백신 도입 관련 자료를 7건 냈다. 그마저 재탕, 삼탕이 많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작년 독감 백신 때처럼 유통 관리를 비롯해 접종 후 부작용, 접종 후 사망 신고 등 갖가지 혼란이 예상되지만 당국이 제대로 대응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전병률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다음 달 말부터 고령자·의료진 등에게 접종을 한다는데 정작 당사자인 의료진에겐 아직 어떠한 안내나 협조 요청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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