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늘] 핑크 블루
[경향신문]
색깔이 우리 생활과 어떤 관계로 연결되고 있는지는 정치 현실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색깔이 별 의미 없이 선택되었다가 사라진다.
윤정미는 일찍이 여자아이를 핑크, 남자아이는 블루로 구별하는 것이 왜 그토록 당연시되는가에 주목했다. 아이들은 태어나기도 전에 의사로부터 성별을 암시하는 ‘핑크’ 혹은 ‘블루’라는 지시어를 듣는 일도 있다. 그것은 마치 신호등의 색깔이 바뀌면 안 되는 상징처럼 굳어 있다. 윤정미는 2005년부터 시작해 4년과 10년의 간격을 두고 같은 아이들을 찾아가 그들이 자라나면서 색 취향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게 된다. 1차 세계대전 이전, 1914년 미국 신문 ‘The Sunday Sentinel’에서는 ‘남자아이에게는 핑크를, 여자아이에게는 블루를 사용해 사회적인 통념을 따르도록 하라’고 했다. 이렇듯 아이들과 색의 관계는 정치와 사회적 통념에 의해 규정지어지고 있다. 즉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바비인형을 여자아이들이 바라는 상징처럼 떠올리고 있지만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가 꾸민 책략에 불과하며 부모들은 그러한 편견과 상업성을 여과 없이 따른다는 것이다. 여자아이가 다른 색을 좋아할 수 없도록 핑크로 무장시킴으로써 젠더에 대한 강요와 편견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윤정미는 미국과 한국을 배경으로 아이들의 성장기에 따라 2차, 3차를 이어가며 긴 시간 빈틈없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어젠다를 사회에 던지고 있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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