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동정치 폐해 극명하게 드러낸 美 의사당 난입사태

2021. 1. 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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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그제 의사당에 난입해 상·하원 합동회의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 사상 최악의 의회 폭력 사태다.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는 트럼프의 요구도 "그럴 권한이 없다"며 면전에서 거부했다고 한다.

민주주의 모범국으로 칭송받던 미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긴 이번 사태는 선동적인 정치인과 그를 맹신하는 극렬 지지층이 민주주의 토대를 언제든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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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 인증 반대해 난동
"이것은 미국이 아니다" 비판 일어
우리 정치권, 반면교사 삼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그제 의사당에 난입해 상·하원 합동회의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 사상 최악의 의회 폭력 사태다. 시위대는 “승리를 도둑맞았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인증 반대를 요구하는 점거 난동을 벌였다.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면서 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미국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에 대선 결과 불복을 선동해 폭력사태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질타받아 마땅하다. 그는 사태가 악화하자 마지못해 페이스북 동영상을 통해 평화와 법·질서를 강조했지만 ‘대선 사기’ 주장을 빠트리지 않았다. 불복 시위를 부추기는 행태나 진배없다. 트위터가 트럼프 계정을 일시 정지시키고 임기 2주 남은 트럼프에 대한 탄핵 목소리까지 나오는 판이다. 미국은 건국 이후 230년에 걸친 평화적 정권 이양의 역사를 자랑한다. 대선 패배자의 아름다운 승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새 대통령 탄생을 축하하고 화합을 꾀하는 자리를 분열과 폭력이 난무하는 장으로 만들었다. 그의 선거 패배 불복은 몽니에 불과하다. 선거인단 수에서 압도적으로 밀리는 데다 불복 소송에서도 패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민주당은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2석을 확보해 대통령과 상·하원 다수당 자리를 모두 차지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은 트럼프의 편협한 리더십에 사형선고를 내렸는데도 대선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승복하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이것은 미국이 아니다”, “트럼프의 끔찍한 유산”이라는 국내외 비판에 트럼프는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상원 의장으로서 상·하원 합동회의를 주재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의연한 대처가 울림을 준다. 그는 시위대를 향해 “폭력은 결코 승리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다시 일을 시작하자”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는 트럼프의 요구도 “그럴 권한이 없다”며 면전에서 거부했다고 한다. 민주주의 모범국으로 칭송받던 미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긴 이번 사태는 선동적인 정치인과 그를 맹신하는 극렬 지지층이 민주주의 토대를 언제든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지층만 바라보는 분열 정치의 위험성과 통합 정치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된다. 진영간 대립이 첨예화한 우리 정치권이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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