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아동학대' 언제까지 두고볼 것인가

남상훈 2021. 1. 7.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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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홀트 방치 '정인이 비극' 초래
학대자 처벌 강화·교육 등 선행돼야

정인이는 16개월 된 영아로 작년 10월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하였다. 입양기관에서 가정방문을 통해 이미 학대 의심 정황을 발견했을 뿐 아니라 반복적인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아 한 생명을 앗아간 인재 사건이다. 이 사건의 몇 가지 문제점 및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정인이의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홀트)는 아동의 피해 상황을 알고도 이를 4개월 넘게 방치하였다. 홀트에서는 지난해 정인이가 입양된 이후 3차례 가정방문을 하고 양부모와 세 번 통화하였다고 한다. 홀트는 두 번째 가정방문에서 정인이의 신체에 멍이 든 것을 확인하였음에도 양모가 가정방문을 꺼린다는 이유로 적극적 대처를 하지 않은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정인이 양부모는 친딸에게 같은 성별의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어 입양했다고 한다. 입양 동기부터 ‘잘못된 입양’이라고 할 수 있다. 입양은 입양아동을 위한 것이어야지 입양아동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입양기관에서는 입양부모에 대한 입양조건을 좀 더 어렵게 하고 입양 뒤 사후관리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학교 아동학과 교수
정인이에겐 세 번의 살 기회가 있었다. 아동학대를 의심했던 어린이집 원장님, 양부모 지인, 소아과 의사의 신고가 있었으므로 신고 후 수사기관이 정인이를 바로 분리하고 치료 및 보호를 했더라면 정인이는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수사기관의 안일한 대처가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정인이의 쇄골 골절, 2주간의 깁스 사실 등을 전달받았을 때 양부와 통화만 하지 말고 직접 방문하여 적극적 조처를 했다면 정인이는 하늘의 별이 아닌 이 땅의 꽃이 되었을 것이다.

3월부터 아동학대 신고 2회가 있으면 무조건 분리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아동학대 사건은 신고가 없어도 학대로 인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아동학대 신고는 학대가 일어난 최초에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고 여러 번의 학대가 일어난 후 학대 신고를 하게 되므로 1회의 신고가 들어와도 이미 여러 번의 학대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아동학대 신고 즉시 관계기관은 분리 조치하여 학대 정도, 발달 정도 그리고 부모 조사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관찰하여 아동의 안전이 보장되는 곳으로 보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분리된 이후에도 원가정에 돌려보내는 기준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학대하는 부모의 행동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인이 학대사건의 당사자 양부모를 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로 기소해야 할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양부모의 신상공개 및 살인죄로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20만명이 넘었다. 또한 소아청소년과 의사단체에서도 살인죄로 기소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상태이다. 양부모를 살인죄로 다스려 학대에 대한 양형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아동복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었다. 두 법안에는 피해 아동, 아동학대범죄신고자, 목격자 등과 아동학대행위자를 격리 조사해 신변안전조치 강화한 것, 아동학대행위자 또는 피해 아동의 주거지에 사법경찰 또는 아동보호전담공무원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한 것, 아동을 건강검진할 때 아동학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를 추가한 것, 건강검진을 받지 않는 아동이 있을 경우에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아동학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건강검진을 하도록 한 것, 학대피해 아동의 상담, 교육 및 의료적·심리적 치료비용을 아동학대행위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전 국민이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에 대한 의무교육이 실효성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교육방법 및 내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인권 감수성에 대한 교육이 좀 더 적극적으로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인권 감수성은 어떠한 직업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낮다. 따라서 인권 감수성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의 교육과정에 꼭 들어가야 할 것이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학교 아동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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