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신문기사와 피동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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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에는 피동형 문장이 많다.
흔히 마무리 문장으로 "~평가된다.", "~예측된다.", "~ 전망된다." 등 피동형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는 국내 신문에 피동형을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은 10·26 이후 정치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정치에 관한 사설이나 해설 기사에 피동형 문장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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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의 대량 해고와 구속 감금은 기자들의 기사 스타일에 변화를 가져왔다. 기사 속의 문장은 통제와 억압의 기간 동안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겪었다. 정치에 관한 사설이나 해설 기사에 피동형 문장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신문의 사설은 “정부의 조치는 ~ 해석되며, ~ 전해졌고, ~전망된다.”로 끝나 신문사의 의견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들은 풍문처럼 여기게 만들었다. 기자들은 글 쓰는 주체가 누구인지, 정보의 근원이 어디인지를 밝히기 꺼렸다. 기자들은 권력에 저항할 수도, 순응할 수도 없는 복잡한 심리상태를 문장에 고스란히 담았다.
신문에서 객관보도를 피해가는 상습적인 표현으로는 피동형 이외에도 익명표현, 간접인용과 같은 것이 있다. 익명표현은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전문가에 따르면”이라고 주어를 익명으로 쓰는 경우를 말한다. 간접인용은 “~라고 전해졌다.”나 “~ 라고 분석했다.” 등으로 주로 익명 주어와 함께 사용한다. “전문가는 ~하다고 분석했다.”, “시민들은 ~하다고 비판한다.”처럼 편집자의 ‘의견’을 마치 ‘사실’처럼 쓰는 것이다. 이런 표현들은 은연중에 독자들에게 잘못된 사실 판단을 강요할 가능성이 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언론기본법이 폐지되고 언론환경은 자유로워졌지만 피동형의 표현은 언론에서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필자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다. 자신이 신뢰하고 책임질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속보도도 중요하지만 정확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며, 보편성과 진실성은 더욱 중요하다. 맹자는 말을 쉽게 하는 것은 결국 그 말에 관한 책임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언어를 다루는 것은 쉽지 않지만 표현 하나에 고민하고, 그것에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 요즘 세상이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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