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북송 요구 김련희씨 국보법 처벌 맞나
10년간 "내 조국 보내 달라" '평양시민 김련희' 또 국보법 기소… 누구나 간첩 만들 수 있는 국보법
[미디어오늘 손가영 기자]
탈북 브로커에게 속아 타의로 한국에 입국 후 10년 내리 북송을 요구 중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공민 김련희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또 재판에 넘겨졌다. 검·경은 북한을 가기 위한 김씨 시도에 잠입·탈출 혐의를, 북한 주민으로서 가치관을 드러낸 행동에 찬양·고무 혐의를 씌웠다.
대구지검은 지난해 12월29일 김련희씨(51)를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잠입·탈출 등) 및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퇴거불응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2016년 3월 김씨가 주한베트남대사관을 통해 북한에 가려 한 시도에 잠입·탈출 혐의와 공동퇴거불응죄를 적용했다. “국가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인 북한 지배하의 지역으로 탈출하려고 예비·음모했다”는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3월7일 주한베트남대사관에 들어가 인권보호요청서 서류를 내며 '중국에서 브로커에 속아 한국에 왔다. 북한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김씨를 만난 외교관은 '우리에게 권한이 없으니 퇴거하라'고 말했으나 김씨는 '여기서 하룻밤 자고 내일 확답을 들을 수 있게 해달라'며 오후 5시30분경까지 버텼다. 검찰은 이에 김씨가 퇴거 요구에 불응했다며 퇴거불응죄도 적용했다.
검·경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의 김씨 SNS와 메일 등을 뒤져 '반국가단체' 찬양·고무 혐의를 적용할 글·영상 66건을 찾아냈다. 검찰은 김씨가 페이스북에 공유한 기사, 유튜브 영상 등 50건을 두고 '이적 표현물을 제작·반포'했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이메일이나 언론 기고, 유튜브 출연 영상 등 16건도 '이적표현물 제작·소지·반포·취득' 증거라며 첨부했다.
10년째 억류 “가족·고향 사무치게 그립다”
김씨는 자신이 '남측에 억류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2011년 9월 입국하기 전부터 자신을 북한으로 보내달라고 일관되게 호소했다. 그해 생전 처음 중국으로 해외여행을 가게 된 김씨는 중국 식당에서 탈북 브로커를 만났다. 브로커는 중국보다 한국에서 큰 돈을 벌 수 있고 여섯 달만 살면 여권이 나오니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며 김씨를 회유했다.
김씨는 그 말에 휘둘려 여권을 그에게 줬고 그를 따라갔다. 뒤늦게 남한에서 쉽게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듣고 탈북하지 않겠다며 여권을 돌려달라 했다. 그러나 끝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2011년 9월 한국에 들어와 국가정보원 합동신문센터로 보내졌다.
김씨는 국정원 조사를 받는 내내 사정을 설명하고 북송을 요구했다. 국정원은 거절했고 그를 '신원특이자'로까지 분류했다. 뒤늦게야 알게 된 사정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으로 돌아가고자 한 김씨의 여권 발급 신청을 계속 거부했는데 이유가 국정원의 신원특이자 분류 때문이었다.
김씨가 '간첩'이라 허위자백한 이유도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여권 발급 길은 막혔고, 밀항 비용은 턱없이 비쌌다. 자신이 한국에 있는 이상 북한 영사관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강제추방을 생각했다. 김씨는 고의로 다른 북한이탈주민들 집주소와 사진 등을 모은 후 스스로 수사기관에서 '정보를 수집했고 이를 2013년 서울 상암동에서 남북 여자축구 경기가 열렸을 때 북측 정보원에 USB 형태로 넘겼다'고 밝혔다. 2014년 '간첩 수사'가 시작된 경위다.
그럼에도 김씨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 처지를 비관했던 그는 간첩 혐의로 구속되기 전 자살 기도도 여러 번 했다.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장애 진단도 받은 터였다. 2018년 8월 김씨가 한국에 온 지 7년 만에 여권이 발급됐으나 무용했다. 2016년 시작한 이 사건 수사 때문에 출국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이후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출국 금지 연장 통지서가 꼬박꼬박 날라왔다. 그렇게 김씨는 10년 째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파키스탄인이 조국 얘기하는 건 되고, 북은 안 되냐”
찬양·고무 증거엔 김씨의 북송을 바라는 가족들의 호소 내용도 여러 건 포함됐다. 김씨는 2015년 1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딸 이금란씨가 출연한 북한 매체 '우리 민족 끼리' 영상 “돌아오지 못하는 어머니를 그리며”를 공유했다. 금란씨는 “남조선당국의 극악한 반인륜적만행으로 남조선에 끌려가 돌아오지 못하는 어머니에 대한 생각으로 내 가슴은 막 찢어지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가족은 김씨가 북송을 바라는 근본 이유다. 김씨는 7일 통화에서 “딸, 남편, 가족들이 너무나 보고 싶다. 나는 반드시 고향, 내 조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민이라서 조국을 좋게 말했다. 악마처럼 보여질 지라도 세상 어떤 것이든 좋은 점, 나쁜 점이 다 있다. 남쪽에 다문화가정이 많은데 파키스탄인은 조국에 대해 아무렇게 말해도 되고, 탈북민은 아무 소리하면 안되느냐”고 말했다.
유엔 인권 보고관의 판단은 '잠입·탈출'이라는 한국 검찰 주장과 반대다. 2018년 7월 방한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 류경식당 종업원 기획 탈북 사건 및 김련희씨 사건을 조사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한국의 국가보안법, 헌법 등에 김씨가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법률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는 김씨 주장에 관심을 가지고 그의 북송 요청을 검토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고, 이는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김씨가 아는 한국의 정보는 국가 안녕을 위협할 기밀일까. 검찰은 공소장에서 “탈북 및 한국 입국 과정에서 하나원 등을 통해 알게 된 조사방법, 신문사항, 그 위치 및 구조, 입소부터 퇴소까지 과정, 한국 생활 중 알게 된 다른 탈북자들과 신변보호담당경찰관의 신원 등이 북한에 누설되면 북한 대남 공작에 이용돼 대한민국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음을 (김씨가) 알고 있다”며 밝혔다. 김씨의 북송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둔갑시키는 전제다.
김씨는 찬양·고무 혐의와 관련 “북한이탈주민이 3만4000여명이다. 이들은 북의 가족과 통화도 하고 돈도 부친다. 유튜브도 해서 '북의 소식통에 의하면'이라며 소식도 전한다. 남쪽 언론은 그걸 써먹는다”며 “내 딸이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영상도 지인이 알려줘서 봤다. 그리고 페북에 공유했는데 그게 왜 범죄가 되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2018년 평창올림픽 때는 북에서 온 대표들을 직접 호텔에 가서 만났다. 서로 안고 울고 북의 가족들 소식도 전달받았다. 2018년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판문점을 넘어 북으로 갈 때 거기도 찾아가서 인사하고 그랬다”며 “북의 대표들 안고 울고 소식도 주고받았는데, 반국가단체 성원을 만났는데 이렇게 만나면 법에 안걸리고 유튜브로 말하면 법에 걸리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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