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꿈틀' 신용대출, 반만 열리거나 또 닫혔다

양성희 기자 2021. 1. 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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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었지만 신용대출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시중은행들은 연말 한시적으로 신용대출 문을 걸어잠그면서 연초 정상화를 예고했다.

NH농협은행은 연말 한시적으로 축소했던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지난 4일 복구했지만 한도를 높이지는 않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 들어 다시 늘어난 신용대출 잔액 흐름을 면밀하게 보고 있다"며 "올해 코로나 대유행이 계속되면서 빚투 열풍이 다시 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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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다시 꿈틀?/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해가 바뀌었지만 신용대출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시중은행들은 연말 한시적으로 신용대출 문을 걸어잠그면서 연초 정상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반쪽 재개’ 상태에 머물거나 추가 규제안을 내놨다. 대출 잔액이 다시 늘어난 데다 코스피 3000시대에 추가 빚투(빚내서 투자)가 우려돼서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접수를 아예 받지 않는 등 시중은행들의 비정상적인 조치는 정상화됐다. 연말 신한은행은 모바일과 영업점의 신용대출 창구를 모두 닫았다. 당시 하나은행도 모바일 신용대출을 한시적으로 멈췄다. KB국민은행은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2000만원으로 확 낮췄다. 이러한 과도한 조치는 모두 풀렸다.

그렇지만 완전히 원위치된 것은 아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연말 중단했던 ‘우리WON(원)직장인대출’ 판매를 이날부터 재개했지만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축소했다. 우리은행은 “과도한 신용대출을 방지하고 실질적인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은 연말 한시적으로 축소했던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지난 4일 복구했지만 한도를 높이지는 않았다. 한도 상향 여부는 검토를 거쳐 8일쯤 정하기로 했다.

추가적인 규제도 생겼다. 하나은행은 전날 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개인 신용대출 상품 ‘닥터클럽대출-플래티늄’의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당초 의사, 한의사가 개업할 때 최대 6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 상품이었다. 대신 또 다른 의사 전용상품 ‘닥터클럽대출-골드’로 편입시켰다. 이 상품 기본한도(일반봉직의 기준)는 기존 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췄다. 최대한도는 3억원으로 동일하지만 기본한도를 손 본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 최대한도는 3억원에서 2억원으로 줄였다.

하나은행은 같은 날 닥터클럽대출을 포함해 변호사를 대상으로 하는 ‘로이어클럽대출’ 등 전문직 대상 상품 5개를 개정했다. 한도를 산정할 때 매출 아닌 연소득 기반으로 바꿨다. 기본한도는 최대 5000만원 이내로 조정했다. 상품마다 마이너스 통장 한도도 감액했다. 하나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신용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대출 문을 활짝 열지 않은 건 신용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연말 필사적인 관리를 거쳐 간신히 잔액을 줄였는데 해가 바뀌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31일 기준 133조6482억원이었는데 새해 첫 영업일인 지난 4일 133조9280억원으로 2798억원 늘었고 5~6일에도 증가곡선을 그렸다. 지난 5일 133조9927억원, 6일 134조531억원으로 영업일 기준 3일 만에 4049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은 올해도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코로나19(COVID-19) 여파가 계속되는 데다 건전성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서다. 금융당국도 지속적인 관리 필요성에 공감한다.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들에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와 함께 월별 잔액 목표치를 내라고 요구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범금융 신년인사회 신년사를 통해 “가계부채의 누적 등 부담요인이 계속 작용할 것”이라며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 들어 다시 늘어난 신용대출 잔액 흐름을 면밀하게 보고 있다”며 “올해 코로나 대유행이 계속되면서 빚투 열풍이 다시 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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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 기자 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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