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도 오지 않던 제설차, 결국 시민들은 '셀프제설'

김태주 기자 2021. 1. 7.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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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부터 동네 눈 치운 시민 "제설차는 오전 10시 돼야 오더라"
광주·전남에 대설·한파 특보가 내려진 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암3동 한 도로에서 광주 북구청과 동행정복지센터 공무원들이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광주 북구 제공

7일 오전 6시 55분 서울 지하철 사당역 앞 도로. 회색 승합차가 얼어붙은 언덕길을 오르지 못하고 5분째 헛바퀴만 돌았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관광버스 운전기사가 차문을 열고 내렸다.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였지만 그는 도로에 나와 승합차를 뒤에서 밀기 시작했고, 결국 차는 언덕을 넘었다.

6일 저녁 9시쯤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서 직장인 박모(44)씨의 승용차 바퀴가 헛돌 때도 시민들이 나타났다.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들과, 횡단보도를 건너던 10여명이 다가와 차를 밀기 시작했다. 박씨는 “너무 당황해 보험사를 불러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순간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워 차창을 열고 ‘고맙습니다’라고 여러 번 외쳤다”고 했다.

6일 전국 곳곳을 강타한 폭설은 7일 오전까지 이틀째 시민들의 일상을 덮쳤다. 지자체의 제설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자, 시민들은 서로를 돕고 스스로 제설 작업에 나서며 폭설에 맞섰다.

이날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 직원 33명은 거리로 총출동했다. 30명이 제설용 빗자루를, 3명이 넉가래를 들고 박물관 인근 도로 15m의 눈을 쓸었다. 박물관 총무과장 김득한(50)씨는 “유동 인구가 많은 길인데 시민들이 다칠 게 걱정돼 직원들이 제설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한 아파트에 사는 오창문(83)씨는 이날 오전 5시부터 2시간 동안 인근 도로로 나가 쌓인 눈을 쓸었다. 오씨는 “길이 얼어붙을까 걱정돼 나왔다”며 “오전 10시가 되니 제설차가 오더라”라고 말했다.

직접 제설 작업에 나선 시민들로 철물점은 붐볐다. 서울 강남구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원훈식(72)씨는 7일 “눈삽과 넉가래를 사려는 손님들이 어제 저녁부터 몰려왔다”며 “가게 밖까지 손님들이 줄을 선 건 장사 30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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