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폭력에 굴복 않겠다” 美의원들 끝까지 의회 지켰다

[트럼프 시위대, 美의회 점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6일(현지 시각) 의회에 난입해 4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상황에서도 미 의회는 중단된 회의를 6시간 만에 재개했다. 폭도들의 위협에 의회가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초당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6일(현지 시각) 트럼프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 의회에 진입하는 폭력상태속에서 미 상원 직원들이 시위대가 난입하기 직전 주별 대선 공식결과 인증서가 담겨있는 투표함을 들고 피신하고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 회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날 오후 8시를 넘겨 “의회의 안전이 확보됐다”며 상원 회의 재개를 선언하며 다시 시작됐다. 앞서 의회는 오후 1시 합동회의를 열어 주(州)별로 대통령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인증하는 작업에 들어갔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의회에 난입하는 바람에 한 시간 만에 정회를 선언하고 긴급 대피했다.

펜스 부통령은 정회 후 트윗을 올려 “우리 의회 의사당에 대한 이 공격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며 관련자들은 법의 최대 범위까지 기소될 것”이라고 경고한 뒤 주 방위군 투입을 결정했다. 그는 회의를 재개하면서 “폭력은 결코 승리하지 못한다. 자유가 승리한다. 다시 일을 시작하자”고 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상원은 겁먹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무법에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민주주의를 훼방하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이날 “이제는 다시 나아갈 때”라고 했다. 미 의회는 이날 회의를 재개한 뒤 날짜를 넘겨 회의를 진행해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공식 확정했다. 당선인 확정에 필요한 최종 법적 절차를 마무리한 것이다.

이날 미 상원 직원들은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기 직전 주별 대선 공식 결과 인증서가 담겨 있는 투표함을 들고 피신했다. 만약 시위대가 투표함을 탈취할 경우 오는 20일 미 대통령 취임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가로 45㎝, 세로 25㎝, 높이 23㎝ 크기의 마호가니 나무 재질로, 겉에 가죽끈이 묶여 있는 이 투표함에는 미 50주의 대선 투표 결과와 과정을 설명한 인증서가 담겨 있다. 제프 머클리(공화·오리건) 연방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리의 유능한 현장 직원이 투표함을 움켜쥐지 않았다면, (시위대에 의해) 불타버릴 뻔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