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보고 안성천변, 유원지 개발 안 된다"
[경향신문]
울창한 억새숲에 곳곳 습지
백로 등 철새 도래지로 유명
수달·토종물고기 등 서식도
주민 편의시설 명분 밀어붙여
‘야생동물 천국’ 사라질 위기
“절대 훼손하면 안 됩니다. 아산만 방조제가 건설되기 전에는 바닷물도 드나들었던 곳으로, 경기 남부지역에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자원입니다.”
지난 6일 찾은 경기 평택시 군문교 아래 안성천변에서 어린이 키만 한 울창한 억새숲이 한눈에 들어왔다. 하천을 따라 2㎞가량 길게 펼쳐진 억새숲에선 습지와 버드나무 군락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하늘에서는 철새들의 화려한 군무가 장관을 이뤘다. 이곳은 겨울이면 청둥오리나 백로 등이 찾는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다. 억새숲으로 들어서자 새들이 보금자리를 틀었던 둥지, 토끼나 너구리가 살았을 작은 굴, 고라니 발자국 등 야생동물의 흔적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하천에는 동자개, 참붕어 등 토종 물고기를 비롯해 다양한 어종이 관찰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곳을 먹이사슬이 잘 유지되는 곳, 야생동물이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곳에는 천연기념물(33호)이자 멸종위기 1급인 수달도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한국수달보호협회는 평택·오산·화성 등 6개 지자체와 함께 2018년 1년간 경기 남부지역 수계를 조사해 수달의 서식 흔적인 배설물을 다수 발견했다. 협회 한성용 박사는 “안성천 구간의 군문교, 안성천2교, 성환천 등에서 수달 서식 흔적이 발견됐다”며 “이곳은 먹잇감이 풍부하고 수풀도 울창해 서식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환경단체들(중랑천환경센터·고덕천을지키는사람들·사회적협동조합한강)의 조사 결과 한강 본류 및 지류 하천에서도 수달이 관찰되고 있다.
생태계 보고로 평가받는 안성천변 일대는 조만간 평택시가 추진하는 유원지 개발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평택환경행동 등 14개 환경단체가 연대해 집단행동을 벌이며 사업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평택시는 사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환우 평택환경시민행동 공동대표는 “평택시가 친환경적인 ‘에코브릿지 공원’을 조성한다면서 실제로는 멸종위기에 놓인 수달 서식지까지 파괴하려 한다”면서 “주민 편의시설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억새숲과 습지를 갈아엎는 무분별한 환경 훼손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유원지 개발은 법적으로 문제없고, 경기도 공모사업에 당선돼 사업비까지 지원받기 때문에 백지화할 수 없다”며 “사업 규모나 개발 면적을 줄여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평택시는 지난해 11월 안성천 군문교 일원 30만㎡(약 9만750평)에 214억원을 들여 2023년까지 평택노을유원지(가칭)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유원지에는 캠핑필드(오토·카라반 캠핑장), 아쿠아필드(수영장·편의시설), 스포츠필드(축구장·야구장·파크골프), 선셋필드(산책로·포토존), 프로그램필드(축제장·분수·리버마켓) 등이 들어선다. 캠핑필드 조성 부지는 수달 배설물이 발견된 곳이다. 수달의 활동 반경이 10~30㎞인 점으로 볼 때 유원지 개발 전 지역이 서식지인 셈이다.
글·사진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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