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 박탈 → 회복' 환국정치 담긴 25m 충성서약문 국보 된다
구미 대둔사 경장 등은 '보물'로
[경향신문]
문화재청은 7일 조선시대 공신(功臣)들과의 회맹식 후 임금이 내린 교서축 중 실물과 관련 기록이 완전히 남아 있고 길이 25m에 달하는 큰 규모를 갖춘 ‘20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보물 제1513호·2007년 4월 보물 지정)를 국보로 승격지정 예고했다. 회맹식은 공신들이 임금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의식으로 조선 개국 후 여러차례 열렸다.
이번에 국보로 승격지정될 ‘20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는 1680년(숙종 6년) 8월30일 ‘회맹제’를 기념하기 위해 1694년(숙종 20년) 녹훈도감에서 제작한 왕실 문서다. 이 의식에는 개국공신(開國功臣)부터 보사공신(保社功臣)에 이르는 역대 20종의 공신이 된 인물들과 그 자손들이 참석해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이 중 보사공신들은 서훈-박탈-회복 등의 우여곡절을 겪은 사람들이다.
그것이 회맹제가 거행된 시기(1680년)와 회맹축을 조성한 시기(1694년)가 14년 정도 차이가 나는 이유이다. 숙종 재위 기간(1674~1720년) 중 일어난 3차례의 친위쿠데타 때문이었다. 당시 남인과 더불어 정치 중심세력 중 하나였던 서인은 1680년 경신환국으로 집권한 뒤 공신이 됐다. 그러나 9년 만인 1689년 기사환국으로 남인이 정권을 잡자 공신 지위가 박탈됐다. 그러나 서인이 1694년 갑술환국으로 재집권하자 공신 지위를 회복했다. 1~3등까지 총 6명(김만기, 김석주, 이입신, 남두북, 정원로, 박빈)에게 ‘보사공신’ 칭호가 내려졌다. ‘보사공신’은 ‘사직(社)을 지킨(保) 공신’이라는 뜻이다.
국보로 지정 예고된 회맹축은 숙종 연간 보사공신이 있기까지 공신 지위 부여(녹훈·錄勳)와 박탈(삭훈·削勳), 회복(복훈·復勳)의 역사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실물이라는 점에서 가치를 평가받았다. 1680년 회맹식에 참여한 20공신은 개국공신(1392), 정사공신(1398·1차 왕자의 난), 좌명공신(1401·2차 왕자의 난), 정난공신(1453·계유정난) 등 20차례의 전쟁·정난·반란 등에서 공을 세운 이들이다. 참석대상 총 489명 중 412명이 참석했다.
‘20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는 1680년 회맹제 거행 당시 회맹문(종묘사직에 고하는 제문), 보사공신을 비롯한 역대 공신들과 그 후손들을 포함해 총 489명의 명단을 기록한 회맹록, 종묘에 올리는 축문과 제문으로 구성됐다.
축 말미에 제작 사유와 제작 연대를 적었고 ‘시명지보(施命之寶)’라는 국새를 마지막으로 찍어 왕실 문서로서 완전한 형식을 갖추었다.
회맹축은 조밀하게 짠 옅은 황비단 위에 붉은 선을 가로 세로로 치고 그 안에 단정한 글씨로 써내려갔다. 가로 약 25m에 달하는 긴 문서의 양 끝은 붉은색과 파란색 비단을 덧댔다. 위 아래를 옥(玉)으로 장식한 축으로 마무리해 왕에게 직접 보고하는 어람용 문서답게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인상을 준다. 특히 어람용 회맹축의 제작 과정을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관련 기록인 <녹훈도감의궤>가 함께 전해진다. 긴 두루마리의 글씨는 서사관(書寫官)으로 발탁된 문신 이익신(1631~?)이 썼고, 화원 한후방(韓後邦)이 붉은 선을 그린 사실, 평안도에서 생산한 옥이나 상아, 비단 같은 최고급 재료를 사용한 사실, 숙련된 기량을 지닌 장인을 차출하기 위한 논의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또 ‘상주 남장사 영산회 괘불도 및 복장유물’과 ‘구미 대둔사 경장(사진)’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 밖에 ‘문경 봉암사 마애여래좌상’ 등 조선시대 불교문화재 3건은 보물로 지정했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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