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이전에 스탈린 만행 폭로한 기자가 있었다..영화 '미스터 존스' [리뷰]

홍진수 기자 2021. 1. 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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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스터 존스>의 한 장면. 디오시네마 제공

영화는 우리에 갇혀 게걸스럽게 먹이를 먹는 돼지들 모습으로 막을 올린다. 그리고 멀리서 돼지우리를 바라보며 소설을 쓰는 작가가 있다. 소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날밤 농장의 존스씨(미스터 존스)는 닭장 문을 잠갔으나….”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의 도입부다. 영화는 오웰이 가레스 존스라는 기자에게 영향을 받아 그 유명한 소설 <동물농장>을 썼을 것이라 가정한다. <동물농장>의 주인 이름이 ‘존스’인 것은 그 때문이라는 듯이 영화의 제목(미스터 존스)이 소설 도입부 내레이션에 맞춰 화면에 떠오른다. 이어 잘 알려지지 않은 가레스 존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배경은 1933년이다. 영국 자유당 당수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의 외교고문으로 일하는 존스는 아돌프 히틀러와의 기내 인터뷰로 이름을 떨친 기자이기도 하다. 그는 히틀러가 매우 위험한 인물이며 다시 세계대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독일을 막기 위해 소련의 스탈린과 연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주장을 귀담아듣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마침 외교고문 자리에서도 잘린 존스는 소련으로 가 스탈린을 인터뷰해보기로 마음먹는다. 스탈린에게도 미심쩍은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에 도착해보니 그의 일을 도와주기로 했던 기자 친구는 총에 맞아 죽었다고 한다. 스탈린 인터뷰 주선을 부탁하러 찾아간 뉴욕타임스 모스크바지국장은 취재를 돕기는커녕 어떻게든 막으려 한다. 존스는 죽은 친구가 소련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취재를 가기 직전에 변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우크라이나에서 충격적인 참상을 목격한다.

바로 ‘홀로도모르(Holodomor)’였다. 홀로도모르는 우크라이나어로 ‘기아’란 뜻의 홀로도와 ‘죽음’이란 의미의 모르가 합쳐진 단어다. 1932~1933년 우크라이나에서 대기근으로 수백만명이 아사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소련은 이를 감추고 “5개년 계획으로 협동농장 효율성이 높아졌고 농부들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외부에 선전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간신히 영국으로 돌아온 존스는 이를 기사로 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류 언론들은 존스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간다.

소련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했던 영국 정부도 존스의 기사를 믿지 않는다. 존스는 진실을 외치며 싸우기 시작한다. 소설가 조지 오웰은 그의 말을 귀담아듣고 소설 소재로 삼는다.

가레스 존스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진영주의에 물들어 진실을 감추는 언론, 수백만명의 목숨을 정치논리로 외면하는 정치인 등을 비판한다.

흑백으로 펼쳐지는 당시 우크라이나의 참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유로파 유로파>(1990), <토탈 이클립스>(1995) 등으로 유명한 폴란드의 거장 아그네츠카 홀란드(72)가 연출을 맡았다.

존스가 폭로한 진실은 소련이 무너지고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1991년에야 공식적으로 확인된다. 우크라이나는 2008년 존스에게 훈장 수여로 감사를 표했다. 앞서 존스는 1935년 내몽골에서 취재를 하다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영화는 자막을 통해 그 배후에 소련 비밀경찰이 있다고 밝힌다. 7일 개봉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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