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조직 독립' 보험업계, 제·판 분리 가속

임아영 기자 2021. 1. 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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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 수수료 제한 시행·빅테크기업 위협 등 수익성 저하 우려
한화생명·미래에셋 가세.."당국, 불완전판매 규제 등 검토해야"

[경향신문]

빅테크기업(대형 IT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활성화하면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자 책임이 강해지면서 보험업계가 제·판(제조와 판매) 분리를 가속화하고 있다. 영업 조직을 본사에서 떼어내는 것이다. 이에 대비해 감독당국이 불완전판매에 대한 판매자 책임 문제, 상품판매회사에 대한 영업행위 규제 등에 대한 정책적 검토를 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판매 전문회사 ‘한화생명 금융서비스(가칭)’를 설립하기로 최근 의결했다. 한화생명 내 전속 판매 채널을 물적 분할로 분사하는 형태다. 3월 주주총회를 거쳐 4월 출범이 목표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설립되면 1400여명의 임직원, FP(재무설계사)만 2만명에 달하는 ‘대형 판매 전문회사’가 만들어진다. 미래에셋생명도 오는 3월 자회사형 GA(법인보험대리점)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전속 설계사 3300여명을 보내는 것이 목표다. 제·판 분리는 본사는 상품개발과 자산운용에 집중하고 전속 영업조직을 자회사 형태의 GA로 옮기는 게 핵심이다. 많은 보험사들이 이를 검토 중이다.

제·판 분리는 보험사 입장에서 일차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보험업계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저금리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다. 최근 5년 생명보험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0%대에 불과하고, 개인보험은 2016년 이후 역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기업들이 보험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제 전속 채널 중심으로는 영업 전문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의 주도권이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판매자 전문성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점도 제·판 분리에 영향을 미쳤다.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전면 시행되면 판매자 책임이 강화되고 과태료도 상향 조정된다. 또 1월부터 설계사 모집수수료가 월 보험료의 1200%로 제한되는 ‘1200%룰’이 시행된다. 과도한 수수료 지급으로 사업비가 늘어나는 것을 억제하고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GA 소속 설계사는 이미 2016년 보험사 전속 설계사 수를 앞질렀다. 2019년 기준 GA 소속 설계사의 연간 보험상품 판매 건수는 75.0건으로 전속설계사 1인당 연간 판매 건수(48.1건)보다 1.56배 높다. 올해 설계사들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 도입, 산재보험 확대 적용 등도 영향을 미쳤다. 보험설계사에 대해 고용보험을 적용하면 보험회사와 GA에 연간 893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제·판 분리 시 상품을 만든 측과 판매한 측의 책임 소재가 애매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보완해야 것으로 지적된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상품 제조자와 판매자 간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불완전판매 책임 문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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