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활성화' 정책 내놓고 '자산시장 과열' 경고하는 정부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등
개인 투자 활성화 취지 불구하고
자칫 자산시장 쏠림 가속화 우려
실물·금융 괴리, 경제에도 부담
"정부, 공공부문 마중물 역할 해야"
[경향신문]
주식과 비트코인 등 자산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부가 연일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자산시장에 쏠리면서 금융과 실물 간의 괴리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정부가 발표한 금융투자와 관련한 정책은 주식 양도소득 대주주 기준 요건 완화처럼 투자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고, 개인들의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정책기조가 자칫 자산시장 쏠림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대출 관리를 엄격히 하고, 민간의 자금이 생산적인 투자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위기 대응 과정에서 팽창한 유동성이 금융부문 안정을 저해하지 않도록 세심히 관리하고 위기 대응 조치의 연착륙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고 말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5일 “위기 대응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의 쏠림이나 부채 급증 등을 야기할 가능성에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시장의 과열을 우려하는 정부의 진단과 달리 정작 정책은 금융투자 활성화에 맞춰져 있다. 금융투자소득 기본공제액 상향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당초 2023년부터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전면 시행하면서 2000만원까지 기본공제하기로 했지만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여론에 밀려 지난해 7월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정상화라는 취지와 달리, 자본소득인 이자·배당소득에 비해서도 과도한 혜택을 줬다”고 지적했다.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미국과 프랑스, 스웨덴, 독일 등도 기본공제가 없다.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 완화도 무산됐다. 당초 올해 4월부터 종목별 보유액이 3억원 이상이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연말 매도 물량이 쏟아져 시장변동성이 커지고, 소액 투자자가 손해 볼 것이라는 반발이 거세지면서, 정부는 양도세 부과 기준을 현행(10억원)대로 유지했다. 정부는 최근 주식 장기보유에 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승근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금융투자에 따른)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집단은 매우 제한적으로 공평과세 기조와도 맞지 않다”며 “내수 활성화를 위해 근로소득에 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이 더 적합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수출로 그나마 버티는 상황에서 자산시장 침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세제 혜택을 집중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물과 금융 간의 괴리는 경제에도 부담이 된다. 저금리와 기대수익에만 의존해 주가만 오른다면 작은 충격에도 크게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기업 이익 전망치는 코로나19 이후 10% 넘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 데 비해 주가는 전고점에 근접하거나 상회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기대수익은 심리에 의존하는 것이어서 변동성이 크고 금리도 시장여건에 따라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격한 대출 심사와 함께 유동성이 생산적인 투자로 흘러갈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 교수는 “당장 수익은 발생하지 않지만 경제에 도움이 되는 부분에 정부가 집중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며 “민간 자본도 이 같은 분야에 눈을 돌릴 수 있도록 공공부문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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