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만에 벼락치기 심사.. '정인이 방지법'  법사위 소위 통과

박준석 2021. 1. 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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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이른바 '정인이 방지법'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아동학대방지법 개정안 18건을 심사, 이들 법안의 내용을 종합한 대안(代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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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량 높이는 내용은 포함 안 돼.. "오히려 불기소 늘어날 우려"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이른바 '정인이 방지법’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여야가 오는 8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불과 3시간여의 ‘초단기’ 심사를 거쳐 법안을 처리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실효성 있는 아동학대 방지책을 세심하게 마련하는 대신 보여주기식 입법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아동학대 신고 즉시 경찰 수사 의무화… 형량 강화는 빠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인사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아동학대방지법 개정안 18건을 심사, 이들 법안의 내용을 종합한 대안(代案)을 의결했다. 오는 8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대안에 따르면, 앞으로 경찰이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신고의무자(아동복지시설 종사자ㆍ의료인 등)의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즉시 수사 또는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정인이 사건에서 경찰이 세 차례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양부모 측 주장만으로 내사종결 또는 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 따른 조치다. 또 지금은 경찰 등이 학대가 의심될 때 아동을 보호시설로 인도하거나 부모와 격리하는 등 72시간 동안 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데, 이 72시간에서 토요일ㆍ공휴일은 제외하기로 했다. 72시간 내 관련자 조사 등을 거쳐 각종보호조치를 취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이밖에 △아동학대 행위자와 피해아동 분리 조사 △아동학대 교육대상에 경찰 추가 등의 방안이 담겼다.

다만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는 내용은 일단 제외됐다. 이날 소위에 상정된 민주당 노웅래 의원안(案)에는 아동이 학대로 사망 시 형량을 두 배(현행 5년 이상→10년 이상 징역) 높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최소 형량이 높아지면 피해자의 진술 확보가 쉽지 않은 아동학대 범죄에서 입증책임이 더욱 까다로워져 오히려 수사기관의 불기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아동이 전치 2주 이상 상해를 입거나, 2회 이상 학대로 신고되면 즉시 부모와 분리하는 ‘투아웃’ 제도도 빠졌다. 단순 신고횟수만으로 아동학대의 경중을 파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는 “지난해 6월 천안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사건의 경우 1건의 신고가 있었지만, 아이는 결국 숨졌다”고 했다.


“정인아 미안해” 공분 커지자… 3시간 만에 법안 ‘땅땅’

7일 오후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갖다 놓은 물품들이 놓여있다. 뉴스1

이날 정인이 방지법이 통과되는 과정은 ‘벼락치기’를 방불케 했다. 소위에 올라온 18건의 개정안 중 11건(61%)은 지난해 6~12월 발의됐으나, 지금껏 한 차례도 논의된 바가 없다. 나머지 7건(38%)도 지난 2일 ‘정인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고 사흘 만에 무더기로 쏟아진 법안이다. 하지만 여야는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소위를 열고 3시간여 만에 이들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아동학대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사실 지금 나온 법안들은 ‘정인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정치권이 여론에 떠밀려 졸속으로 법안을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현행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디테일’을 보완하는 작업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이배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은 “정부 예산을 투입해 쉼터 등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경찰 등 현장 인력의 전문성을 키우는 게 핵심”이라며 “영유아는 말을 못하니 귓볼이나 입 안의 상처를 확인하는 식으로 학대 여부를 판단하는데, 경찰도 그런 세심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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