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유해용, 항소심도 징역 1년6월 구형

송주원 2021. 1. 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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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이동률 기자

변호인 "인권침해 수사" 주장…내달 4일 선고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유 전 연구관 측은 검찰의 과잉 수사를 거쳐 무리한 기소를 당했다며, 법원 판결로 바로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장철익 김용하 부장판사) 7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 전 연구관의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유 전 연구관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 구형과 같은 형량이다.

검찰은 "피고인은 대법원이라는 최고 사법기관의 고위 법관으로, 청와대에 전달할 목적으로 위법하고 부당한 문건 작성을 재판연구관에게 지시했다. 실제로 이 문건을 누설해 공정한 재판을 위협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자신의 경력을 악용해 재판연구관 보고서를 (변호사로 개업하며) 유출했으면서, 이를 수사 과정에서 인멸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고려했다"고 구형 의견을 설명했다.

특히 재판연구관 검토 보고서를 유출한 혐의(절도, 공공기록물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해 "재판연구관 보고서는 대법관 합의와 판결에 반영되는 것으로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재산적 가치가 있다"며 "재판 합의에 관한 내용으로서 '합의 비공개 원칙'에 따라 공개가 금지됨에도 피고인은 500건가량을 임의 유출했다. 그러나 정작 수사 과정에서는 이 비공개 원칙을 말하며 공개를 거부하는 모순적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 판단에도 "(보고서 유출이) 관행으로 범의가 없었다고 판단했지만, 관행이라는 이유로 불법이 적법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묵인돼 왔다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유 전 연구관 측은 최종변론에서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또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범위를 벗어난 컴퓨터 검색을 통해 얻은 증거를 토대로 기소하는 등 위법한 수사를 벌였다고 했다. 애초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 도움을 얻기 위해 유 전 연구관에게 접근했지만 소극적으로 응하자 별건 수사를 벌여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주장도 폈다.

유 전 연구관 측 변호인은 "검찰은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법원 내부 자료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피고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자료를 취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청와대 관련 청탁을 했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참기 어려운 모멸적이고 인권 침해적인 수사를 벌였다"고 변론했다.

이어 변호인은 "피고인을 사법농단 공모자라는 프레임으로 수사하다가 여의치 않자 별건의 별건까지 붙여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까지 했다"며 "이른바 고위직 법관인 피고인마저 합당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보호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윤강열 장철익 김용하 부장판사) 7일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 전 연구관의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새롬 기자

유 전 연구관은 최후진술에서 "비록 칭송받을 만큼 잘 살아오지 못했지만 적어도 염치는 있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사람"이라며 "이번 사건은 제 양심 앞에 떳떳하다고 느끼기에 간절하고 치열하게 검찰에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개혁이 최근 화두인데 정치적 논란을 피하면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개혁은 법원이 검찰 과오를 바로잡아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재판부께서 공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해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덧붙였다.

유 전 연구관은 대법원에서 근무하던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으로 알려진 병원장의 특허소송 관련 문건을 작성하도록 연구관에게 지시하고, 이 문건을 청와대에 건넨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비밀누설)로 2019년 3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 유 전 연구관 변호사로 개업하면서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를 가지고 나간 혐의, 대법원 재직 당시 취급한 사건을 변호사로서 수임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도 받았다.

지난해 1월 1심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 전 연구관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유 전 연구관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4일 오후 3시에 열린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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