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 "수소는 신재생에너지의 '비지속성'과 '불균형'이라는 한계 극복 가능" [우리, 탄소중립 (4)]

김준 선임기자 2021. 1. 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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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

[경향신문]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부사장)이 수소전기차 넥쏘 옆에서 수소 에너지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세계 첫 양산형 수소차 개발
항공기와 선박 등 석유 대체
차세대 에너지원 사용 가능
단가 높아 원가 절감이 과제
올해 충전소 100곳 이상 추가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정책을 정부 주요 과제로 속속 채택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 퇴출이 대표적이다. 노르웨이는 2025년, 영국은 2030년부터 기존 엔진 차량 판매를 금지한다. 중국과 일본, 인도와 미국 일부 주도 내연기관 차량 완전 퇴출을 선언한 지 오래다. 하지만 대안이 마땅치 않다. 전기차가 있지만 아직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시간도 길다. 이런 단점을 극복한 차량이 수소를 이용하는 전기차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전기차 투싼ix를 개발한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부사장)을 만나 도래하는 탄소중립 사회에서 수소 에너지 역할을 들어봤다.

- 수소 에너지는 탄소중립, 친환경과 어떤 연관이 있나.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는 사용하면 무조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원자력은 방사능 우려가 있다. 탄소중립으로 간다는 것은 결국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의미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재생에너지는 ‘비지속성’과 ‘불균형’이라는 한계가 있다. 태양광은 밤에 발전이 불가능하고, 풍력도 24시간 바람이 부는 곳은 드물다. 생산량 조절이 거의 불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생수소가 나오고, 지금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물을 전기분해해 얻을 수도 있다. 수소는 생산량이 많은 나라에서 석유처럼 수입해 전기로 바꿔 사용할 수도 있다.”

- 수소가 자동차 연료뿐 아니라 석유처럼 사회의 차세대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수소는 연료전지 스택이란 장치로 산소와 결합시켜 전기를 얻는다. 이렇게 만든 전기로 움직이는 차가 수소전기차다. 그런데 이 연료전지 스택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항공기와 선박에도 사용할 수 있다. 얼마 전부터 도심항공기(UAM·도심내 근거리를 승객이나 화물을 태우고 이동하는 비행체)가 주목받고 있는데, 엔진이 아닌 배터리를 사용하면 비행거리가 30~40㎞에 머문다. 연료전지 스택을 장착하면 비행거리가 대폭 늘어난다. 이동수단뿐만 아니라 발전 분야에도 사용할 수 있다. 승용차용은 지금도 가정에서 비상발전용으로 충분히 이용할 수 있고, 버스나 트럭용은 발전시설에서 여름철 전력량이 최고치에 이를 때 일시적으로 전기를 공급해줄 수 있다.”

- 국내 기술로 개발된 연료전지 스택의 성능과 내구성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승용차용은 성능과 내구성을 모두 충족시켰다. 넥쏘가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생산단가가 워낙 높아 원가 절감이 과제로 남아 있다. 수소충전소 설치가 늘어 생산과 판매 대수가 증가하면 원가가 낮아질 것이다. 버스용 스택의 경우 성능은 일정 수준에 올랐지만 내구성은 좀 더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트럭용은 몇년 이내에 성능과 내구성을 모두 만족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 일본 도요타도 수소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한국과 비교하면 누가 우위에 있는가.

“현대차와 도요타 모두 세계 선두권이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연료전지와 수소 전기차 양산 모델을 현대차만큼 많이 생산해본 기업은 없다. 넥쏘만 1만대 이상 돌아다니고 있지 않은가. 도요타는 연 3000대 규모인데, 내년에는 3만대로 확장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에서 수소트럭을 처음 양산한 기업이기도 하다. 다양한 제작 경험을 갖춘 기업이 기술 수준이나 역량도 높지 않을까.”

- 배터리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수소전기차의 위상이 다소 위축되는 느낌이다.

“탄소중립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일반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는 동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용도를 달리할 수도 있다. 수소전기차는 장거리를 달려야 하는 트럭에 좀 더 적합하다. 하지만 수소 에너지는 이보다 광범위한,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차세대 에너지원이라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장 수소사회가 열릴 것처럼 떠들썩하더니 지금은 여러 가지로 답보 상태인 것 같다. 수소충전소도 빨리 늘어나지 않고 있는데.

“지난해는 수소충전소 설립이 당초 목표보다 적었다. 코로나19 확산, 님비 현상과 지자체의 인허가 지연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충전소 설치 인허가권이 환경부로 이전되고 100개 이상의 충전소가 추가 설치될 예정이어서 하반기부터는 충전소 부족 문제가 다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 수소사회를 앞당길 효과적인 정책이나 방법이 있다면.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 정부는 ‘수소경제법’을 전 세계에서 처음 제정했는데, 수소사회로의 전환이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나라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주요 정책임을 보여준 사례다.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아마존은 수소전기차 같은 무공해 차량을 물류에 투입하고, 구글 등은 데이터센터에서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무엇보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수소사회로 가겠다고 선언한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에는 연료전지나 수소를 생산하는 업체 정도가 수소사회를 강조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탄소중립이 전 지구적인 화두가 되면서 각국 정부들이 수소사회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화석연료인 석유를 주요 먹거리로 삼는 아람코와 셸, BP 같은 글로벌 정유업체들도 수소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런 움직임들이 수소가 차세대 에너지원이 되는 사회를 좀 더 빠르게 실현할 수 있는 촉매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수소가 ‘반도체’처럼 사회와 산업계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될 날이 가까워졌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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