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농장 노동자' 아들 워녹, 조지아주 상원 첫 흑인
[경향신문]
“목화를 따던 82세의 손이 막내 아들을 미국의 상원으로 만들었다. 이 불가능한 여정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 미국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최초의 흑인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래피얼 워녹(51·민주당·사진)은 이날 당선이 확정되자, 제일 먼저 자신의 어머니를 얘기했다. 보수성향이 강한 남부 조지아, 가난한 흑인 가족,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영향을 받은 목회활동 등 그의 성장사는 길고 긴 흑인정치운동사와 연관이 깊다.
워녹은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12남매 중 11번째로 태어났다. 어머니 벌린은 목화농장과 담배농장에서 일했다. 워녹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모교인 모어하우스대에 진학해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다. 2005년엔 킹 목사가 목회활동을 했던 에버레저 침례교회의 최연소 담임목사가 됐다. 2014년 정계에 입문한 뒤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는 ‘메디케이드’ 운동을 이끌며 주목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조지아주는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곳이지만, 이번엔 똘똘 뭉친 흑인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지어 투표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조지아주의 흑인 비율은 약 33%로 미국의 다른 주 평균(약 13%)보다 높다. 조지아주는 1868년 새로 선출된 흑인 의원 30명이 임명되지 못하고 내쫓기자 이에 항의하던 흑인 수십명이 백인들의 총에 맞아 사망한 비극이 벌어진 곳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는 “1990년대 초까지도 조지아주는 흑인들의 선거권을 완전히 박탈해, 반세기 이상 흑인이 입법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며 “152년이 지난 후, 흑인들은 바로 그 주에서 최초의 흑인 상원의원이 탄생하는 ‘궁극의 순간’을 지켜보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워녹과 함께 당선된 존 오소프(33·민주당)는 언론인 출신이다. 그는 1973년 29세의 나이로 상원의원이 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 이후 ‘최연소 민주당 상원의원’ 기록을 세우게 됐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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