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당한 '미국 민주주의'
[경향신문]
트럼프 “20일 권력 이양 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당선자의 대선 승리를 확정짓기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던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했다. 의사당 내부가 최루가스로 뒤덮이고, 총격전이 벌어졌다. 미국 정치의 심장부인 의사당이 대선 패배를 부정하는 현직 대통령의 지지자에 의해 공격당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공화당 내에서조차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당장 끌어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위대 진압 후 회의를 속개한 미 의회는 7일 새벽 각 주의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모두 인증함으로써 바이든을 제46대 대통령 당선자로 최종 확정했다.
이날 오전 11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백악관 앞에 모여 ‘미국 구국 집회’를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회에 참석해 “우리는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회 후 시위대는 상·하원 합동회의 시간에 맞춰 의사당 앞으로 몰려갔다. 이날 회의는 지난달 14일 실시된 대선 투표에서 전체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과반수인 306명의 선거인을 확보한 바이든 당선자가 232명을 확보하는 데 그친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둔 승리를 인증하는 절차였다.
시위대는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의사당에 난입했다. 담을 넘고 유리창을 깨 의사당 내부로 진입한 이들은 “우리가 이겼다”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주 방위군이 투입돼 약 4시간 만에 시위대를 몰아냈지만, 이 과정에서 4명이 사망하고 52명이 체포됐다고 워싱턴 경찰당국이 밝혔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등 의사당과 가까운 건물 두 곳에서 사제 폭발물까지 발견됐다.
바이든 당선자는 “의사당을 공격하고, 적법하게 선출된 공직자들을 위협하는 것은 시위가 아닌 반란”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국 텔레비전 방송에 나가 이 포위를 끝내라고 요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부추긴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1분짜리 동영상에서 “여러분은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도 난입자들을 ‘애국자’라고 두둔하며 대선 불복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CNN은 민주당뿐 아니라 내각과 공화당 내부에서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해임하는 방안에 대한 사전 논의가 이미 시작됐다고 전했다.
미 의회는 회의를 속개해 7일 새벽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를 확정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갈라진 미국’을 치유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바이든의 승리가 확정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투표 결과에 반대하지만, 오는 20일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합법적인 표만 집계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한 싸움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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