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의 라리가 사군툼] '4-4-2 장인' 마르셀리노, 또 한 번 명검 벼려낼까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라리가 담론이 펼쳐진다.
기원전 219년 명장 한니발이 스페인의 사군툼(현 사군토)을 공략하며 제2차 포에니 전쟁이 시작된다. 이는 세계 역사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사군툼 교전의 그 순간처럼 STN스포츠가 연재물로 중요한 라리가 담론을 전한다.
-[이형주의 라리가 사군툼], 10번째 이야기: '4-4-2 장인' 마르셀리노, 또 한 번 명검 벼려낼까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55) 감독이 또 한 번 명검을 벼려낼까.
아틀레틱 빌바오는 7일(한국시간) 스페인 바스크지방 비즈카야주의 빌바오에 위치한 산 마메스에서 열린 2020/21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라운드(순연 경기-이전 일정 당시 바르사 2019/20시즌 UCL 8강까지 참여로 휴식일 부여) FC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2-3으로 승리했다.
지난 4일 라리가의 빌바오는 가이즈카 가리타노 감독을 경질했다. 최근 성적이 올라오고는 있었으나 시즌 초반 하위권에 맴도는 등 한계를 보여줬기에 예정돼 있던 상황이었다. 빌바오가 새 수장으로 선택한 인물은 마르셀리노. 전 발렌시아 CF 감독으로 유명한 바로 그 감독이다.
마르셀리노 감독에게 이번 바르사전까지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았다. 또 상대도 다름 아님 라리가 거함 바르사라는 점에서 승리가 어려웠던 상황은 분명했다. 예상대로 빌바오는 승리에 실패했지만, 이번 바르사전을 통해 그가 꾸려갈 빌바오의 방향성을 볼 수 있었다.
마르셀리노 감독은 4-4-2 포메이션의 장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4-4-2 장인이라는 것이 다른 포메이션에 무지하다거나, 다른 포지션을 쓸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그가 커리어서 빛나는 순간들에 팀의 포메이션은 4-4-2였다.
현역 시절 큰 주목을 받는 선수는 아니었던 그는 1997년 릴타드 감독으로 취임하며 감독 생활을 시작한다. 전성기를 보냈던 스포르팅 히혼에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재직하며 경험을 끌어올렸다.
그런 그가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 것이 2011년이다. 당시 마르셀리노 감독은 라싱 산탄데르 임시 감독을 수행한 뒤, 세비야 FC로 이동, 한 시즌을 보냈다. 당시만 하더라도 마르셀리노 감독은 포메이션 사용이 자유분방했던 지도자였다.
마르셀리노 감독은 현재 그가 잘 쓰는 4-4-2 포메이션 뿐만 아니라 4-2-3-1, 4-4-2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하지만 포메이션 사용에 자유로웠던 세비야서 실패를 맛 봤다. 세비야는 2011/12시즌 9위에 그쳤다. 그에게는 그저 그런 감독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마르셀리노의 커리어는 위기를 맞게 됐다.
그런 그를 반등시켜 준 것이 비야레알이었다. 비야레알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마르셀리노식 4-4-2 포메이션을 적립해 라리가에 신선한 돌풍을 몰고 왔다. 2015/16시즌에는 리그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위기의 지도자가 특유의 4-4-2 포메이션으로 반등하게 된 것이다.
발렌시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마르셀리노는 몇 번의 실험 끝에 4-4-2에 정착했고 팀도 성적을 냈다. 특히 2018/19시즌 발렌시아로 이뤄낸 리그 4위+코파 델 레이 우승은 찬사를 받을만 했다. 그의 커리어에 있어 4-4-2 포메이션은 만능 키인 셈이다.
마르셀리노 감독은 이번 빌바오 첫 경기서도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본래 가리타노 감독 하에서 빌바오의 포메이션은 4-2-3-1. 하지만 마르셀리노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 라울 가르시아를 올리는 4-4-2를 바르사전에 꺼내 들었다.
장단이 모두 보였다. 4-4-2 포메이션은 모든 포메이션 중 공간 배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포메이션이다. 각각의 선수가 자신과 주변만 신경 쓰면 된다. 빌바오도 마찬가지였고 이에 팀은 조직적으로 공간을 알차게 사용했다. 체력적 안배도 되면서 경기 막판에는 바르사를 몰아붙이기도 했다.
반면 4-4-2 포메이션은 삼각 대형을 만들기 어렵다는 난점을 갖는다. 공을 가진 선수 좌우로 패스를 받아줄 선수들이 붙으며 만드는 삼각 대형은 빌드업의 기본 중 하나다. 4-4-2는 특유의 공간 배분 때문에 이것이 어려운데 빌바오 역시 압박은 잘했으나 공 탈취 이후 소유권을 잃어버리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아직 빌바오는 마르셀리노 감독 부임 후 한 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 물론 나빠질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팀이 진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같은 날 마르셀리노 감독은 "노력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답을 가져다 줄 것이다. 팀은 점점 나아질 것이며 긍정적인 결과들이 오게 될 것이다"라며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4-4-2 장인 마르셀리노가 또 다른 명검을 벼려낼까. 라리가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생겼다.
사진=뉴시스/AP, STN 제작, 이형주 기자(스페인 발렌시아/메스타야)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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