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이 사는 나라 - 윤여림 [서양호의 내 인생의 책 ⑤]
[경향신문]
서울 중구는 마을 도서관을 거점으로 ‘한 마을 한 책 읽기’ 모임을 해오고 있다. 마을의 공공도서관·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선정하고,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한다. 이렇게 같은 책을 보며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마을의 독서 문화를 차곡차곡 쌓는다. <말들이 사는 나라>도 한 책 읽기를 통해 만나게 된 책이다.
말들이 사는 나라에는 온갖 말들이 산다. 사랑말·감사말 같은 착한 말들, 그리고 투덜말·심술말의 나쁜 말 삼총사들.
나쁜 말들의 심술에 착한 말들이 숨어버리자 심심해진 나쁜 말들이 떠난다. 그 자리에 찾아온 구름요정은 처음에는 상냥했다가 이내 욕심을 드러내며 착한 말들을 착취하는 구름대왕이 된다. 하지만 착한 말들은 할 줄 아는 게 착한 말뿐이라 힘들어도 참기만 한다. 어느 날 떠났던 나쁜 말들이 돌아와 착한 말들을 괴롭히는 구름대왕에게 사라지라고 나쁜 말을 퍼붓고, 참고 있던 착한 말들도 함께 구름대왕을 쫓아낸다. 다시 찾은 평화 속에 착한 말들은 나쁜 말을 배우고 나쁜 말도 착한 말을 배우며 서로 재밌게 놀고, 싸우고, 화해하며 살아간다.
“나쁜 말은 스스로 해야 하는 거예요.” 한 아이가 토론에서 한 말처럼, <말들이 사는 나라>는 상황에 맞게 좋은 말과 나쁜 말을 골라 말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알려주는 동화다. 이 가르침이 더 의미 있기 위해서는 먼저 나쁜 말도 새겨들을 줄 아는 어른들의 세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교훈도 살아서 힘을 얻는다.
좋은 말은 결국 듣기 좋은 말이고, 나쁜 말은 듣기에 나쁜 말이다. 구름요정에게 필요했던 건 듣기 싫지만 들어야 하는 나쁜 말이 아니었을까. <말들이 사는 나라>는 해피엔딩이었지만, 실제 세상은 나쁜 말에 쉽게 물러가는 구름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들로 가득하다. 동화의 가르침이 보람 있으려면, 듣기 나쁜 말도 좀 더 잘 참고 들어주는 사회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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