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배달·택배업체 대혼란
"폭설 중 주행은 살인행위"
노조, 정부 기준 마련 요구
[경향신문]
7일 음식 배달과 물품 배송이 전날 밤 전국적으로 내린 폭설로 중단·지연되고 일부 배달 기사들이 부상을 입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배달 기사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기상 상황이 어느 정도 이상 악화하면 배달을 중단하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음식배달업체인 쿠팡이츠는 이날 오전 9시50분 배달 기사들에게 “서울 전 지역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파트너(배달 기사)님들의 안전을 위해 일시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2019년 출범한 후 영업을 중단한 건 처음으로 점심 시간에 배달 기사들에게 주던 피크타임 보너스 이벤트도 멈췄다. 쿠팡이츠는 이날 오후 1시에 영업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 20분 만에 다시 중단했다. 이어 오후 3시30분부터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만 재개하는 등 혼선을 거듭했다.
경쟁업체인 요기요는 지난 6일 밤부터 자체 배달 서비스인 요마트와 요기요 익스프레스 운영을 멈췄다. 입점 식당의 배달은 막을 수 없지만 자체 배달은 안전을 생각해 중단한 것이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유통업체들도 배송에 차질을 빚었다. 식재료 등을 새벽 배송하는 마켓컬리는 폭설로 인해 일부 지역의 도로가 끊기는 등 불가항력으로 일부 물량을 제시간에 배송하지 못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었고, 도로가 끊겨 아예 갈 수 없는 경우는 환불 조치했다”고 말했다. 쿠팡의 새벽 배송도 일부 차질을 빚어 이날 오전까지 배송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쓱(SSG)닷컴은 지난 6일 저녁부터 장보기 물품에 대한 배송을 순차적으로 늦출 수밖에 없었다. 쓱닷컴 관계자는 “지연되더라도 안전하게 배송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늦어질 것 같은 고객에게는 미리 문자메시지로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객들이 상황을 이해해주시니 배송 지연에 대한 불만이 접수되진 않았다”고 했다.
지난 6일 밤 인터넷 게시판에는 “배달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불만 글도 있었지만 “오늘 같은 날은 배달 주문을 자제하자”거나 “온라인 장보기를 조금 미루자”는 글도 올라왔다.
배달업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배달 기사들도 주문이 들어온 지 한 시간 뒤에 콜을 받거나, 취소 주문 연락을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오토바이로 미끄러운 경사길을 오르내리다 부상을 당하는 일도 여러 건 있었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6일 밤 “지금 배달 일을 시키는 것은 살인과 다름없다”며 “배달을 중단하라”고 긴급 성명을 발표했지만 그날 밤 주요 업체 중 자체 배달을 멈춘 건 요기요뿐이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폭설 말고도 폭염과 한파, 폭우, 미세먼지 등 기상 악화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도 개별 업체에 조치를 맡기고 있다”며 “정부가 배달을 중단시키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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